20세 약관의 나이에 국세공무원 9급 공채 시험에 합격해 비고시 출신의 설움을 극복하고 고위공무원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하종화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사진)이 새로운 길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하 전 청장은 지난 25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를 통해 "납세자 권익보호와 세정협력자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내달 3일 세무법인 두리를 개업하고 회장으로 새롭게 출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38년 국세공무원 경력을 자랑하는 '국세장인'이 제2의 인생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지난 2012년 말, 후진양성을 위해 공직생활을 마감한 하 전 청장. 그는 퇴임 후 국세공무원의 공제회 성격의 단체인 세우회의 회장직을 역임하며 국세청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보였다.
또한 상임이었던 세우회 회장 자리를 비상임으로 변경하고 '무보수 명예직' 형태로 전환하는 등 획기적인 제도개선을 이룬 뒤, 임기를 1년 남겨둔 상황에서 회장직을 내려놓는 '자기희생'의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 '9급공채'에서 '대구국세청장'에 오르기까지…
하 전 청장은 1955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대구상고를 졸업하고 9급 공채로 국세청에 입성했다.
남산·성북·을지로세무서 등에서 근무하며 일선 업무를 두루 거쳤고, 재무부(現 기획재정부) 세제실로 자리를 옮겨 조세정책 입안 업무도 담당했다.
사무관 승진과 함께 국세심판원(現 조세심판원) 조사관실로 발령돼 심판업무를 맡았고, 국세청 복귀 이후 성남·안양세무서 법인세과장, 국세청 소득계장, 중부국세청 조사1국1과1계장 등을 역임했다.
서기관 시절에는 고향 인근인 안동세무서장에 임명돼 생애 첫 세무서장 타이틀을 달았고, 탁월한 조사 능력을 인정받아 서울국세청 조사4국1과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됐고 중부국세청 조사2국장, 중부국세청 조사1국장,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등을 역임한 뒤 국세청 내에서도 요직으로 손꼽히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2011년 말 드디어 대구국세청장 자리까지 오르며 국세공무원으로서의 최고의 결실을 이뤄냈다. 또한 직장생활 틈틈이 못다 이룬 학업에 도전, 방송통신대와 건국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며 만학의 꿈을 실현하기도 했다.
□ 납세자의 마음 헤아린 '조사장인'…'간편장부제도' 도입하다
국세공무원 시절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소통형 상사로 유명했던 하 전 청장은 탁월한 업무추진력을 바탕으로 조사 분야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국세장인', '조사통'이라는 호칭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하 정 청장은 "중부국세청 조사 1국장 시절 탈세행위를 포착, 조사에 착수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당시 납세자의 면담 요청이 들어와 2시간 동안 면담을 하고 나니, 혐의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
그는 "소명 과정을 거치고 보니 역시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어, 납세자의 주장 가운데 근거 있는 부분은 감안해 줬다. 장기간에 걸친 치밀한 대조와 철저한 규명없이 추징했으면 기업은 바로 문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하 전 청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무관 시절이던 지난 1999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간편장부제도'라는 개념을 기획해, 소득세 신고의 일대 전환을 불러온 '장본인'이 바로 하 전 청장이다.
간편장부제도가 도입되면서 회계지식이 전혀 없는 중·소규모의 개인사업자들도 쉽고 간단하게 수입, 경비지출, 고정자산 증감 등의 사항을 장부에 정리할 수 있게 되어 소득세 신고가 월등히 수월해진 바 있다.
□ "기업의 이익이 곧 국가의 이익…'세정 선진화' 기여할 것"
세무사로서의 새출발을 알린 하 전 청장은 "앞으로 납세자에 대한 부당과세 방지 등 납세자 권익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과세처분에 대한 오해와 갈등이 없도록 과세당국과 납세자 간의 소통과 이해를 돕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가와 납세자간의 발전적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세정의 선진화를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그는 "납세자인 기업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으로 직결 되는 것이고 국민의 이익은 바로 국가의 이익이 되는 것"이라며 "국가와 납세자가 서로 반목하고 충돌하는 관계가 아닌 상호 발전의 틀을 제공하는 상생발전 관계로 나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 전 청장이 회장직을 맡게 된 세무법인 두리는 서울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출신 김규상 세무사가 부회장으로, 서울국세청 조사1국 출신인 황정호 세무사와 중부국세청 조사3국 출신 유용우 세무사가 대표세무사로 포진돼 있다.
하종화 전 대구국세청장은…
▲1955년 ▲경북 청도 ▲대구상고-방통대-건국대 행정대학원 ▲일반공채(9급)
▲남산·성북·을지로세무서, 재무부 세제실 조세정책과·재산세제과, 부천·안양세무서, 국세심판소 조사관실, 성남세무서 법인과장, 안양세무서 법인과장, 국세청 소득세과 계장, 국세공무원교육원 국세교수, 중부국세청 조사1국1과1계장, 안동세무서장,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실 파견, 서울국세청 조사4국1과장 및 2과장, 청와대 파견, 중부국세청 조사2국장, 중부국세청 조사1국장,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대구지방국세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