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정 회장 "참여율 낮으면, 공익재단 이끌 생각 없다"
올해 정기총회에서 공익재단 진로 결정
연 12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통해 세무사회를 지켜줄 울타리를 마련하겠다던 세무사회공익재단의 꿈이 회원들의 저조한 참여로 '신기루'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세무사회는 집행부의 그간 업적을 생각해 달라며 회원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세무사회가 지난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총 1155명(11.3%)의 세무사회원이 3억7664만원의 기부금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세무사회원 10명 중 1명꼴로 기부금을 납부한 셈이다. 당초 목표치에 한참 모자라는 굴욕적인 숫자다.
□ 서울·중부세무사회 참여율 저조…납부총액은 'TOP' = 지방회별 현황을 살펴보면 대구지방세무사회가 29.47%로 가장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대전지방세무사회는 18.04%, 부산지방세무사회는 14.53%, 광주지방세무사회는 13.17%로 뒤를 이었다. 중부지방세무사회(9.96%)와 서울지방세무사회(7.33%)는 하위권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참여율일 뿐, 납부액은 회원이 압도적으로 많은(4502명) 서울세무사회가 1억355만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2번째로 회원 수가 많은 중부세무사회(2560명) 역시 9055만원을 납부하며 그 뒤를 이었다. 부산세무사회는 7103만원, 대구세무사회는 4950만원, 광주세무사회는 2500만원, 대전세무사회 3700만원을 각각 납부했다.
수입금액별 회원들의 기부금 납부율은 50만원 이상 그룹 13.61%, 30만원 그룹 13.17%, 20만원 대상자는 9.38%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아울러 세무사회원 1인당 20명의 후원회원을 모집해 달라는 세무사회의 요구 역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세무사회원 955명이 후원회원 5603명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원회원 모집에 참여한 회원은 전체 1만222명(개업회원 기준) 중 고작 955명으로 9.34%에 해당하는 회원만이 후원회원 모집에 참여한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20명 이상의 후원회원을 모집한 회원은 112명에 불과했다. 10명이상 20명 미만의 후원회원을 모집한 회원은 136명, 5명이상 10명 미만은 198명으로 집계됐다. 50명이상을 모집한 회원은 1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 세무사회,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막았는데…왜?" = 이 같이 회원들의 기부실적이 세무사회가 생각한 목표와 커다란 격차를 보이자, 세무사회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몇몇 세무사회 임원들은 지난해 세무업계의 화두였던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를 막아내고 고용산재보험징수법 개정을 성사시킨 공을 회원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섭섭한 심정을 드러내며, 동시에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정해석 세무사회 감리이사는 "세무사를 지키고 업역을 확대하는 대 공익재단이 큰 버팀목이 된다는 사실은 전자신고세액공제폐지 저지와 고용산재보험징수법 개정 과정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공익재단을 기점으로 세무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며 회원들의 기부금 참여를 독려했다.
아울러 참여율이 가장 높았던 대구세무사회는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서울세무사회의 홍보부족을 꼬집기도 했다.
대구세무사회 임원은 "서울세무사회 차원에서 회원들에게 공익재단 후원 모집을 독려한다면 분명 효과를 볼 것"이라며 "대구세무사회 집행부는 공익재단의 효과와 의미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하다보니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세무사회의 독려에도 불구, 세무사회 회원들의 마음은 좀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세무사는 "세무사회의 업적과 기부금 모집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반강요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부의 의미를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며 "수입금액별로 고지서를 통보하고 세무사회비에 공익재단 기부금을 강제로 포함시킨 세무사회의 뜻을 따를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도 일산의 한 세무사는 "나 같이 가난한 세무사는 생업에 종사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거래처 눈치 보기도 바쁜데 기부금을 내달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며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역세무사들 역시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3~4억이 모였으면 큰 돈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도대체 얼마나 큰 돈을 모아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겠다는 것인지, 어디에 사용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제시 안하고 회원들의 참여율를 지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정구정 회장 "원치 않는 공익재단, 이끌 생각 없다" = 세무사회는 올해 6월 말까지 기부금 모금을 진행할 계획이다. 세무사회의 계획대로라면 이제 8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셈. 당초 목표로 한 연 120억원의 매머드급 공익재단의 탄생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세무사회공익재단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정구정 세무사회장은 매머드급 공익재단의 탄생은커녕,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경우 공익재단을 이끌 생각이 전혀 없다며, 향후 공익재단의 존치 자체를 뒤흔드는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정 회장은 "사회공헌활동은 전문자격사로서 사회적 책무이자 세무사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미래를 위해 투자하지 않으면 쇠락한다는 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회원들을 독려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회원들의 참여율이 계속 낮을 경우 굳이 회원들이 원하지 않는 공익재단을 끌고 갈 생각이 전혀 없다"며 "올해 정기총회에서 회원들에게 공익재단 진로를 묻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