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결국 금융 관련 법안들을 줄줄이 파행으로 몰아넣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 및 노동 운동가를 위해 1981년 작곡된 곡으로 국가보훈처와 새누리당은 기념곡 지정에 반대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1일에 이어 14일 오전 열릴 예정이었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취소시켰다.
정무위는 당초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비롯해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가칭), 금융회사 지배 구조에 관한 법률(가칭) 등 약 90개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올 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카드 정보 유출 사고와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은 현재 국회뿐 아니라 정부도 법 통과를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무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법안 심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새누리당은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부정하고, 그동안 국가보훈처가 이념 논쟁과 국론 분열을 운운하며 지정곡을 회피한 논리를 답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여야 결의안으로 채택된 것. 이를 1년 가까이 흐른 시점에서 국가보훈처에 의해 지정하지 않는 것은 국회가 스스로 권위를 부정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반면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행사 때 행진곡으로 합창은 무방하나 아직 애국가와 광복절 3·1절 등 5대 경축일 노래마저 지정곡으로 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지정곡을 해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이)정무위 관련 법안들을 모조리 인질로 잡고 있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말 해도해도 끝이 없는 야당의 발목 잡기이고 국민의 상식에서 벗어난 생떼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한편, 이날 오후 정무위는 전체 회의에서 국가보훈처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 보고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불투명한 상황.
이 때문에 국회와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주요 금융 법안들은 4월 임시국회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