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제도권 진입을 독려하고 자본시장 활력을 되찾기 위해 규제를 전면 철폐키로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오랜 기간 투자은행(IB) 시장이 침체된 상황이라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5일 회의를 열고 '기업 상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합리화 방안'을 논의해 발표했다.
이현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투자자 보호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증시 진입 및 상장 유지에 따른 부담을 경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금융 위기와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상장 실적은 계속해서 감소중이다. 코스피의 경우 신규 상장 기업은 지난 2009년 13건, 2조1540억원에서 지난해 3건, 661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상장이 부진한 이유는 증시 진입에 따른 부담감 때문이라는 것이 시장의 지적.
자기자본 상위 5위권의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IPO가 1건 정도 있었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상장을 기피하는 이유는 굳이 상장할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GS칼텍스 같은 대기업들도 상장을 안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코스닥 기업을 위주로 진입 문턱을 낮추고 공시 등 규제를 해소할 방침이다. 거래소 산하의 코스닥시장위원회를 분리해 독립 운영을 추진하고, 위원회에서 코스닥시장본부의 사업 계획과 예산에 관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권한을 부여한다. 상장 심사 및 상장폐지 권한 역시 거래소 내 코스닥시장본부에서 외부의 위원회로 이관된다.
상장 심사 기간은 평일 기준 45일에서 20일 안으로 절반 이상 감축된다. 질적 심사 기준 항목은 55개에서 25개로 축소된다.
경영이나 재무적 성과가 미흡해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회사들은 상장특례제도를 이용해 수월하게 상장할 수 있게 된다. 상장특례제도는 그동안 업종 제한 등 규제 탓에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금융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업종 제한을 폐지하고 자기자본 요건을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완화한다. 기존에 상장특례제도 이용이 불가능했던 자본 잠식 회사도 앞으로는 허용된다.
기술평가 신청 기업의 경우 심사를 간소화 해 빠른 시간 안에 상장이 승인되도록 할 계획이다.
반기 사업 진행에 관한 공시는 사업보고서 등 정기 공시에 포함시키고, 기업설명회(IR)를 의무적으로 열지 않아도 된다.
이와 함께 최대 주주 등 특수 관계인의 지분 매각 제한 기간을 단축하고 특수 관계인 범위도 축소시킨다.
코스닥 시장의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에 대한 지분 매각 제한 기간은 코스피와 같은 6개월로 단축, 주식 보유 의무를 과도하게 짊어지지 않도록 한다.
현행 신규 상장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보통주의 5%, 10억원 이상을 공모해야 하는 요건도 폐지시킨다. 이에 따라 공모 비용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된 기업들이 이의신청 할 수 있는 항목을 확대, 상장폐지를 자제할 예정이다.
예컨대 매출액, 거래량, 지분 분산 요건, 사외 이사, 감사위원회 요건, 부도 등 항목에 의해 상장폐지를 당한 경우 기업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의신청 한 기업은 재심사를 받은 뒤 정상화 과정을 밟고 상장폐지를 유예할 수 있다.
아울러 거래소의 관리 종모 지정에 의해 소액 투자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채권자가 파산 신청을 해도 당국이 재무 상태를 다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자기자본 상위 5위권의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규제 완화는 전부 다 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IPO는 기업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가장 큰 동력인데 그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IPO 시장이 죽은 것은 규제가 큰 이유라기 보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다 침체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