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침체, 시장에 원인…인맥 동원되는 시스템 문제"

정부가 기업과 자본시장을 살리기 위해 상장 규제 철폐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시장과의 괴리가 커 큰 난관이 예상된다.

경제 활력이 소진된 상황에서 단순한 규제 완화가 기업 상장을 독려할 수 있을 지 우려를 자아낼 뿐 아니라 인맥에 의존하며 영업 마인드를 갖추지 않은 증권사의 오랜 관행도 문제로 지목된다.

지난 15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기업 상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합리화 방안'에 따르면 향후 기업공개(IPO) 시 진입 문턱이 낮아지고 공시 등 규제가 전면 사라질 전망이다.

상장 심사 기간은 평일 기준 45일에서 20일 안으로 절반 이상 감축되며 질적 심사 기준 항목은 55개에서 25개로 축소된다.

또 실적이 미흡해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회사들은 상장특례제도를 이용해 수월하게 상장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업종 제한이 풀리며 자기자본, 자본 잠식 요건이 완화된다. 또 의무적으로 열어야 하는 기업설명회(IR)는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사업관련 공시 사항은 사업보고서에 게재해도 되도록 했다.

이밖에도 금융위는 특수 관계인의 주식 보유 의무나 보통주 공모 의무를 폐지시켜 상장에 따른 부담을 크게 덜어줄 방침이다.

한 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기업 상장이 활발해지려면 증권사와 기업인의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며 "증권사는 상장 유치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영업인의 마인드를 가져야 하고, 기업인들은 '회사를 세워 이만큼 키웠으니 상장 기업의 CEO 정도는 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의 환경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금융 위기와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상장 실적은 계속해서 감소중이다.

코스피의 경우 신규 상장 기업은 지난 2009년 13건, 2조1540억원에서 지난해 3건, 661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3년 동안 주요 증권사들의 IPO 건수는 2011년 60개, 2012년 22개, 2013년 38개. 올해는 지난달 기준 3개를 기록중이다.

이처럼 기업의 상장이 부진한 이유는 자본시장 거래량이 줄어들며 자금 유치가 어렵고 증시 진입에 따른 부담감이 크기 때문.

증권사 입장에서는 브로커리지(중개수수료) 위주의 사업을 벗어나 적극적인 IPO 주관을 하는 것이 수익성에 도움 되나 시장이 안 좋은 만큼 실효성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자기자본 상위 5위권의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IPO가 1건 정도 있었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상장을 기피하는 이유는 굳이 상장할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GS칼텍스 같은 대기업들도 상장을 안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IPO 주관을 하려면 일반적인 영업과 마찬가지로 인맥을 통하는 것이 가장 쉽다. 기업인들 모임에서 서로 소개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최근 3년 연속 10건 안팎의 IPO를 성사시킨 한 대형 증권사는 이러한 기업인 모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귀띔.

복수의 대형 증권사 관계자들은 "중소기업 CEO 모임을 친목회 비슷하게 이용해 큰 도움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건수에 비해 액수로 따지면 많지는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활로를 통해 상장 유치를 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으나 이러한 관행들이 향후 증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올 초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증권사뿐 아니라 거래소가 상장 기업이 찾아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상장 유치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는 "그동안 증권사와 거래소가 갑(甲)의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며 "영업맨의 자세로 상장 기업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3년 주요 증권사 상장 주관 현황

□2013년

□2012년

□2011년

※자료:한국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