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정보유출로 신뢰도 추락
금액 합산 시 3조 4000억원 육박
최근 크고 작은 금융사고들이 줄을 잇고 있어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급전직하 추락하고 있다.
지난겨울을 달군 '국민은행 사태'와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뿐 만 아니라 주요은행 동경지점에서 벌어진 부당대출,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등의 각종 금융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6개월 간 금융소비자들이 입은 피해는 금액으로는 3조3877억원, 유출된 정보는 1억422만 건에 달한다.
금융권 종사자들은 동양사태의 바통을 이어받은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벌어진 국민은행 직원의 횡령사건을 꼽고 있다.
본점 주택기금부 직원과 서울 영업점 직원이 공모해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90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바꾼 사건이다.
바로 며칠 뒤, 국민은행은 예·적금 담보대출 이자를 55억원 가량 과다수취하고 일본 도쿄지점에서 수천억원 대의 부당대출이 일어났다는 혐의를 받게 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사상 초유로 한 금융사 내에서 벌어진 3개 사건을 동시에 조사하게 되는 촌극까지 벌어진다.
당시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어윤대 전 회장 재임시절 손 댈 수 없던 일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후 카드 3사(KB국민·롯데·NH농협)에서 1억여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며 금융사들의 고객정보 관리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사태로 인해 앞서 약 19만건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고, 이후 캐피탈사(씨티·IBK)에서 내부직원이 해킹을 통해 고객정보를 빼간 혐의가 나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2월에는 KT ENS 협력업체 대표들이 거짓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1조8000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은 사실이 금감원에 의해 적발됐다.
하지만 사건 중심에 금감원 모 팀장이 이들에게 당국의 조사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등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번지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감마저 조장됐다.
이와 더불어 지난 3월에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도쿄지점에서 총 700억원대의 부당대출 혐의가 발견됐고, 이달 초에는 국민은행 팀장이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9700억원의 허위 입금확인서를 발급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수십 년간 금융분야에 근무했고 외환위기도 겪어 봤는데 이번처럼 힘든 시기는 없었다"며 "정보유출의 경우 당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측면에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MF 이후 금융권이 이 정도로 뭇매를 맞는 것은 처음"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업무량이 늘어나는 등 사상 초유인 상황임에는 틀림없다"며 한숨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