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회수하지 못한 채권이라도 그 권리가 확정된 때에는 일단 납세의무가 생긴다. 하지만 나중에 그 채권이 객관적이고 명백하게 회수불능 상태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정청구를 통해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납세의무의 성립 후 소득의 원인이 된 채권이 채무자의 도산 등으로 인하여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4호가 규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지급을 결의하면 주주는 회사로부터 배당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생긴다. 우리 세법에서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지급 결의를 하면 주주에게 배당소득이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회사가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한 채 도산해버리면 주주는 배당금을 받지 못해도 세금을 내야 하는가? 이 판결은 이러한 문제를 세법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고 있다.
우리 소득세법은 현실적으로 소득을 지급받기 전이라도 그 소득을 지급받을 권리가 확정된 시점에 소득이 생긴 것으로 규정한다. 이를 ‘권리확정주의’라 한다. 이 사건에서도 배당금 지급 결의가 있으면 배당금 지급청구권이 생겨 그 시점에 소득이 생긴 것으로 취급한 것이 쟁점이 되었다.
배당금 지급 결의를 한 뒤 실제로는 배당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납세자는 어떠한 방법으로 이미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아야 할까?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세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초에 낸 세금은 잘못 낸 세금이므로 납세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납세자가 잘못 낸 세금을 돌려달라고 과세당국에 청구하는 것을 세법에서 경정청구라고 한다. 이러한 경정청구는 최초 세금을 신고납부하여야 할 기한부터 3년 이내에 제기할 수 있다. 제2심은 이러한 입장을 취하였다.
다른 방법은 일단 소득이 발생하였는데 나중에 특별한 사정이 생겨 처음부터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 때 납세자는 특별한 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2개월내에 과세당국에 낸 세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이를 ‘후발적 경정청구’라고 한다. 후발적 경정청구는 3년이 경과하더라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납세자는 가지고 있는 채권이 나중에 채무자의 도산 등으로 회수불능에 빠진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해지면, 이를 증명하여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3년이 경과하였더라도 이러한 사유 발생을 들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후발적 경정청구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법원은 납세자 권리구제의 폭이 확대되도록 세법을 해석하였다.
그렇다고 세법에서 항상 후발적 경정청구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채권이 회수불능 상태에 놓이면 그 시점에 이를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하더라도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에 적용된다.
가령, 사업소득이 특정한 후발적 사유로 인하여 실현되지 않으면 그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그 만큼 줄이면 된다. 그러나 배당소득인 경우에는 세법에서 아무런 공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납세자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아야 한다.
이 판결은 채권이 회수불능 상태에 빠진 경우 납세자를 어떤 방법으로 구제할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두18810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