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우리투자증권
정부 정책 의해 '기업금융' 시너지 효과 기대
브로커리지 시정점유율은 20% 줄어 '마이너스'
우투증권 구조조정·비용 절감이 M&A 성공 관건
NH농협증권의 우리투자증권 인수 결정 이후 합병 작업이 빨라지며 두 증권사의 앞날에 시장의 관심이 몰린다.
대형 증권사 순위가 뒤바뀔 정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서의 활약이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며 영양가 없는 인수 합병(M&A)의 사례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한 M&A, 기업 가치 높인다…"긍정적 시선 보내야"=우리투자증권은 자기자본 상위의 대형 증권사 중에서도 IB에 강한 면모를 가졌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 현대 등 5개 증권사가 전문 IB를 위해 자기자본 요건 3조원 이상을 맞추고 있지만, 그중 우리투자증권은 전통과 실력 면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NH증권의 지주인 NH농협금융은 은행과 비교할 때 증권에 약점이 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 이후 포트폴리오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두 증권사 합병 이후 자기자본은 4조3300억원대로 뛴다. 현재 1위인 KDB대우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3조원 후반이다.
시장에서는 공정한 M&A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 만큼 두 증권사 합병이 긍정적 신호라는 원칙을 지지하고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연구위원)은 "가장 이상적인 증권사 M&A는 비즈니스 강점이 서로 다를수록 좋다. 실제 해외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이뤄질 때 시장이 좋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NH증권의 경우 채권 거래 시장에서 비교적 강한 만큼 두 증권사의 전체 포트폴리오상 시너지 효과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 박 실장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금융 투자는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 사업이라는 점에서 볼 때 글로벌 IB는 자본이 클수록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잘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증권사가 M&A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사업 보완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투자자의 원 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증권사들의 사업 부문이 서로 유사하다보니 나름의 한계가 있지만 M&A란 기본적으로 자본력이 2배 커질 때 비즈니스가 4배 되며 승수효과가 커진다. 우투증권의 경우 IB 장외 파생 부문에서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M&A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나, 두 증권사가 정책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태경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부문별로 볼 때 자산 관리와 기업금융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특히 정부가 증권사 재무 건전성 지표인 NCR(영업용 순자본 비율) 개편을 앞두고 있는 점은 두 증권사에 큰 호재가 될 것이라는 설명. NCR은 기업금융 투자자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되는 만큼 영업에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 애널리스트는 "현재 두 증권사 NCR이 각각 1600%, 500%인데 합병 이후 새 NCR 산정에 의해 2100%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단, 브로커리지 부문은 위축될 것이라는 게 문제로 꼽힌다. 이 애널리스트는 "두 기관이 한 기관으로 합쳐지면서 계좌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은 떨어질 것"이라며 "과거 우리증권과 LG투자증권, 한화증권과 푸르덴셜투자증권의 합병 이후 시장점유율은 약 20%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늪에 빠진 시장…"불황의 끝 보이지 않는다"=문제는 증권사의 영업 환경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점. 우리 시장이 M&A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라 두 증권사의 M&A가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 위기 이후 증권사들은 몸집을 키우면 키울수록 위험해졌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M&A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 부실장(연구위원)은 두 증권사의 M&A에 관해 "상당히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우투증권 지점 인력을 줄이고 비용을 감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비용 컨트롤이 되지 않으면 수익은 힘든 문제"라고 우려했다. NH증권의 경우 "소위 빅(Big) 증권사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구조조정 여지는 적다"고 예상했다.
그는 "우투증권 같은 경우 기업금융 시장점유율이 높지만 한국의 비즈니스 모델이 기본적으로 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하는 구조라 점포와 인건비 지출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예를 들어 A증권사가 보유한 투자자 네트워크가 특별한 경우는 거의 없다. 어느 증권사의 투자자 네트워크도 공용돼 있어 다른 회사를 들고 와도 시너지 효과가 많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