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 사고 수습에 따른 책임을 지고 지난 주말 전격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정 총리의 사퇴가 내각 총사퇴 등 대대적인 개각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에 따른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는데다가 총리 한 사람만의 사퇴만으로는 사태를 수습하기 역부족이란 여론(내각 총사퇴론)이 야권과 일반 국민은 물론 여권에서조차 고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 공백 장기화의 빌미가 될 수 있는 내각 총사퇴는 어렵더라도 세월호 사고 수습과 관련이 있는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장관 및 '황제라면' 구설에 휘말린 교육부 장관 등의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택일(擇日)' 문제만 남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 총리 사표 수리 시점을 뒤로 물리기는 했지만 사실상 사의를 수용한 것과 진배없는 만큼, 당장은 개각이 어렵더라도 6·4 지방선거 직후 역대급 수준의 개각이 광폭으로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 "지금 당장은 아무도 움직일 수 없다" = 야권을 중심으로 내각 총사퇴론이 표면화되고 있지만, 내각 총사퇴가 가져올 국정운영의 공백 가능성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분류된다.
여권 또한 이에 준하는 수준의 전면 개각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6·4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수사(修辭)로 풀이해볼 구석이 다분하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들의 대정부 불신이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부를 마냥 옹호하고 앉아 있을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이미 여권 안팎에서는 이대로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선거 승패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수도권 지역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에게 마냥 개각카드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적절히 분위기에 편승, 전면 개각을 요구함으로써 민심의 이반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고 수습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데다가 지방선거까지 고작 한 달여 앞에 둔 현 시점에서는 아무도 움직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의 개각은 박 대통령도, 여권도 야권도 강행이 불가능한 카드라는 것이다.
□ 개각은 운명(運命), 경제팀으로 '불똥' 튀나 = 여러 안팎의 상황을 감안할 때 개각은 필연에 속한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입장에서 볼 때 정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대통령에 대한 불신까지로 확산될 소지를 차단하는 수단이 개각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미 사고 수습 책임을 지고 있는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의 운명은 결정됐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 이들이 교체된다면 가장 불운한, 단명(短命) 장관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황제라면' 구설로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후벼 판 교육부 장관의 상황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들 외 내각 어느 선까지 개각의 파급효과가 미치느냐다.
여권 안팎에서는 사고 수습 책임을 진 관계부처 장관들뿐만 아니라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고 선거 이후 안정적인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개각에 경제팀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사상 유례가 없는 세법개정안 수정안 발표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세수부족을 비롯해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 당시 실언(失言) 논란 등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경제팀 교체 명분은 이미 오래전부터 숙성되어 왔다.
여권 일각에서는 과감한 규제개혁 드라이브로 내수활성화를 꾀하는 시점 예기치 못한 대형 참사로 경제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데다가 지방선거 패배로까지 이어진다면 향후 정부의 경제정책 시행 동력이 완전히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분위기 쇄신을 위해 경제팀까지 일괄 교체하는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개각, 6·4 지방선거가 '분수령' 될 듯 = 또 다른 관심사는 개각 시기다. 정치권에서 세월호 참사를 지렛대 삼아 개각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는 모양새지만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각단행은 청와대와 여권에 어떤 형태로든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가 불과 한 달도 안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개각에 필요한 시간(후보자 검증 과정, 인사청문회 등)이 충분치가 않다. 게다가 세월호 사고 수습이 진행되는 와중에 책임자들을 교체한다면 사고 수습에 혼선을 불러와 국민 불신을 더 키울 공산도 있다.
이미 세월호 침몰로 청와대와 여권 입장에서 '대형 악재'를 떠안은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가 혹처럼 따라붙게 된다는 것이다. 야권 입장에서도 세월호 참사로 떠오른 개각론을 지방선거 완료 시점까지 끌고가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온다.
결국, 6·4 지방선거가 승패를 떠나 개각의 분수령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세월호 실종자 구조 작업이 변수다. 여전히 100여명이 넘는 실종자들이 기상악화로 인해 깊은 바다 속에 갇혀 있으며, 이들에 대한 구조가 언제 끝나게 될지 예측하기 힘든 형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직후에도 상당기간 개각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