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술· 병뚜껑 회사에서 협회까지 전방위 진출
세월호 침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정부 관료들의 산하기관과 유관단체 핵심보직 독식형태가 국세청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 부작용이 걱정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출신 관료들이 선박의 안전과 운항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 선박안전기술공단의 요직을 사실상 독점함으로써 전문성과 견제기능이 떨어져 빚어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모습은 국세청도 예외가 아니어서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주류관련 회사와 협회, 병뚜껑 만드는 회사에 이르기까지 국세청 출신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술 원료를 만드는 주정회사에서부터 술 제조회사, 납세용 병뚜껑 제조회사, 이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주류산업협회에 자신들의 몸을 맡길 준비가 된 상태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술의 원료를 만드는 주정회사 10개사와 술을 제조 또는 수입 판매하는 15개사를 회원사로 둔 이익단체로 회장은 물론 전무, 기타 임원까지 국세청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이 협회는 ‘정부의 주류산업 정책에 주류업계의 공동대응 및 대정부건의, 시행 혹은 개정할 예정인 주세관련 법규 분석 및 정보공유, 적정수준의 이윤확보를 위한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하는 협회에 주류관련 정책과 과세를 총괄하는 국세청 출신들이 포진해 활동함에 따라 주류와 관련한 바람직한 정책이나 법규를 수립하는데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1980년 설립됐으며 1991년 제5대 장병순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시작으로 현 제11대 권기룡 전 대구지방국세청장까지 7대에 걸쳐 24년 동안 국세청 출신이 회장을 독식했다.
국세청 출신 주류산업협회장들은 하나같이 영남출신으로 대물림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 회장뿐 아니라 실무자책임자인 전무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1988년 제4대 성북세무서장 출신의 주병식 전무를 시작으로 중부지방 국세청 신고분석1과장 출신 성남효 현 전무까지 9명이 27년간 협회의 실무를 장악해 왔다.
한국주류산업협회의 산하기관이었으나 지금은 성공회대학교로 소유권이 넘어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또한 이사장은 한국주류협회 회장이 겸직을 해왔으며 사무총장과 감사 역시 국세청 출신들의 독차지였다.
국세청 출신들은 주류관련 허가 및 단속권을 가진 주류제조업체는 물론 술의 원료인 주정제조 관련 신규면허발급 및 취소권, 그리고 과세권을 가지고 있는 주정제조회사에도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 정부당국의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술을 제조하는 주류제조업체를 보면 롯데칠성음료에는 국세청 감사관실 감찰담당관 출신의 김용재씨가 등기임원으로 비상근 이사에 있다. 나머지 주류제조사들에도 상당수가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술의 원료를 제조하는 주정회사는 국세청 출신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진로발효에는 성희웅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 사외이사, 풍국주정에는 이명래 전 광주지방국세청장이 사외이사, 한국알콜산업에는 지창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재직하고 있다.
또한 국세청 출신 공무원들의 모임인 세우회가 10%의 지분까지 가지고 있는 서안주정은 사장에 정이종 전 중부지방국세청 국장, 부사장에 곽길수 전 중부세무서장, 감사에 최재중 전 중부지방국세청 조사관리과장 등 임원 전원이 국세청 출신이다. 대한주정판매는 사장에 장성섭 전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부사장에 허두정 전 북대구세무서장, 전무이사에 임성근 전 국세공무원운영과장이 재직 중이다.
소주 및 맥주의 납세 병뚜껑을 제조하는 삼화왕관과 세왕금속공업의 경우도 대부분의 주요 임원이 국세청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1972년 납세병뚜껑 사업자로 처음 지정된 삼화왕관(대표 고병헌)에는 국세청 심사 1담당관을 지낸 정경석 부회장과 삼척세무서장 출신의 이노희 부사장, 동안양세무서장을 역임한 박석찬 감사가 근무하고 있다. 또한 1985년 추가로 병뚜껑 제조자로 지정된 세왕금속공업도 황재윤 대표가 국세청 심사1 담당관 출신이며 감사는 송찬수 전 마포세무서장이 담당하고 있다.
국세청 출신들이 포진한 진로발효, 풍국주정, 삼화왕관 등의 주류관련회사의 평균 영업이익률 은 15.71%로 높은 대신 유효세율(법인세비용÷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23.77%로 다른 기업들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