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5월 기준금리 동결…3가지 시그널은?

금리인상 시기·세월호·환율 등 발언 주목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5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5월 0.25% 포인트 인하한 후 1년째 기준금리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이다.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신흥국들의 금융불안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있지만 국내외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특별하게 기준금리에 변화를 줄 요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번에도 시장은 금리동결 자체보다는 향후 금리인상 시기와 세월호 관련 내수둔화, 환율 하락 등 3가지 사안에 대한 중앙은행의 시그널에 더 주목했다.

한은이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의 내수 움직임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한은은 세월호 사고의 영향으로 소비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내수 관련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날 한국금융연구원은 2014년 수정 경제전망에서 세월호 침몰사고로 2분기중 소비자심리지수가 월평균으로 전분기대비 1포인트 하락하면서 2분기중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분기대비 0.22%포인트, 2014년중 실질 GDP 성장률은 0.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 사실이며, 내수 회복을 제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속보지표를 보면 백화점, 대형마트, 여행 관련 지표가 둔화 또는 감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그의 전언.

전월 상하방 리스크와 관련 미 연준 정책기조나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요소를 좀더 우려했다면 이번 달에는 세월호 등 대내요소가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 사안으로 부각된 점이 차이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문제는 이 같은 소비심리 위축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의 문제"라며 "2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데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해 한두달 그 영향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최근 원화가 급격히 절상하고 있는데 대한 중앙은행의 인식도 관심거리였다.

이 총재는 환율하락에 대해 질문을 받고 "원화 절상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단기간에 한방향으로 가격이 진행되면 쏠림 현상이 생기지 않을 까 우려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원화가 절상이 되면 경기가 안 좋다고 도식적으로 이해를 했는데 물론 단기간 급변동하면 수출입 거래에 분란을 초래할 수 있고 수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만 반면 내수의 부진을 살릴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시장에서 한은의 향후 통화정책방향을 기준금리 인상으로 믿고 있는 가운데 그 시기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됐다.

이 총재는 구체적인 인상시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지만 방향성에 대해서는 직설적으로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현재 연 2.50%의 금리수준은 경기회복세를 뒷받침하는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시장에서도 그렇게 평가하는 것 같다"며 "한은에서는 4%대 경제성장률을 전망하고 잠재성장률은 그 이상으로 보고 있는데 이 같은 경기 흐름을 전제로 한다면 기준금리의 방향은 인상쪽이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기획재정부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며 한은의 금리인상의 통화정책방향과 엇박자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 금리가 경기회복세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한 수준이 아니며, 결코 엇박자가 나는 것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그는 "금리 인상을 논의한다는 것은 아니고 방향은 그렇게 설정하는 것이 맞다고 본 거다"며 "시장과 소통이 미흡한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신뢰라는 것은 곧바로 쌓여 지는 것이 아니라 레코드가 쌓여야 하는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