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연관성 여부 핵심…朴대통령, 후퇴한 정부안 주장
세월호 침몰참사 후속대책 중 하나인 '김영란법'에 대한 법안 심의가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법안의 핵심인 직무관련성 여부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로 진통이 예상된다.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은 지난 2012년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 위원장이 제안한 법안으로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직무 연관성과 관계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경우 형사 처벌을 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통과를 강조한 정부안은 직무 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만 금품을 받은 공직자를 처벌할 수 있게 한 '원안이 후퇴된' 안이다. 때문에 지난 해 8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음에도 원안을 주장하는 야당의 반대로 1년 가까이 표류됐다.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문제가 급부상되자 야당은 거듭 직무 연관성과 상관없이 처벌 가능토록 한 김영란법 원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밝힌 정부안과 비판여론 사이에서 입장이 애매한 상태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그동안 정부안을 고수했던 당내에서도 김영란법 '원안'을 강조하는 분위기이지만 박 대통령이 주장한 정부안을 외면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영란법의 원안 취지가 충분히 반영된 법 통과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완구 원내대표 역시 "대가성이 없어도 공무원의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지장이 되는 사람이라면 가차 없이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고,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비판여론을 의식하며 "어떤 것이든 국민적 요구가 담겨 있는 것이라면 (야당안을) 다 수용할 용의가 있고, 5월 국회에 통과시키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이 같은 입장 선회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며 거듭 압박을 취하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세월호특별법-김영란법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제가 이미 지난 4월 2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김영란법 처리를 강력히 말한 바 있다. 정부여당에서는 그때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지금에야 호들갑"이라며 "많이 늦었지만 원안이 후퇴한 정부안이 아닌 원안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원내대표 역시 "선거 때만 되면 무엇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호들갑병이 등장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1년간 김영란법을 논의조차 안하고 기피해왔다"며 "김영란법에는 진짜와 짝퉁이 있다. 새누리당이 통과시키려는 것은 짝퉁이 아닌가"라고 정부안을 꼬집었다.
정무위 야당간사인 김영주 의원도 "정부여당은 김영란법을 우선 논의하자는 야당 정무위원들의 주장을 묵살해왔다. 근데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관피아 척결을 위해 김영란법을 조속히 통과하자고 (대통령이) 말하자 여당에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면서 "법안 논의는 누더기 정부안이 아닌 저와 이상민, 김기식 의원이 발의한 법안 중심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야당안 수용을 주장했다.
이어 "법안 내용 중 특히, 공직자 금품수수 금지 문제에 있어 정부는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형사처벌하겠다는 게 주안인데, 이는 애초 김영란법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그동안 많은 공직자들이 떡값, 다른 명목의 금품을 받고도 대가성과 업무 관련성이 입증 안돼 처벌을 모면해왔다. 관피아 문제와 공직자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직무 관련성이 없는 고위공직자의 100만원 이상 금품수수가 반드시 형사처벌 될 수 있는 원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