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KB금융과 국민은행이 30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봉합에 나섭니다.
그간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수술대에 오르는 것인데 수술이 잘못 이뤄져 파열이 일어날 경우 상처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형국입니다.
지난해부터 도쿄지점 부당대출,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등 대형 외부 악재에 흔들린데 이어 주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임영록 KB금융 회장 간 갈등을 보이자 내부조직은 혼돈 그 자체입니다.
오죽했으면 내부에서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임영록 회장과 정병기 상임감사, 조흥은행 출신 이건호 은행장 등 외부출신 인사들이 리딩뱅크로서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권에서는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전산시스템을 유닉스 체제로 교체키로 한 이사회나 이를 반대한 이건호 은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 모두 장기간 갈등이 지속될 수록 얻을 수 있는 카드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전산시스템 교체 논란이 지속될 수록 불필요한 지연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현재 금융감독원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해 전산시스템 교체 리베이트 수수 의혹과 관련 임원과 이사진에 대한 계좌조회까지 하는 상황에서 내부갈등이 득이 될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민은행 이사회도 당초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추진하려다 철회하고 경영 정상화 방안만을 안건으로 상정해 이사회에서 논의키로 하는 등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3일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이 소집한 이사회에서 전조를 보였듯이 이건호 은행장과 이사회를 비롯한 임영록 회장 측의 상호간 불신은 이미 상당해 보입니다. 30일 이사회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볼 수없게 하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국민은행 노조와 제3노조에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의 동반 사퇴를 촉구하고 있고, 제3노조는 한술 더떠 29일 대검찰청에 임영록 회장 등에 대한 고발을 추진하는 등 내부갈등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담보능력과 신용력이 미약한 일반국민과 소기업자에게 금융편의를 제공할 목적으로 1963년 2월에 설립된 은행입니다.
서민금융제도의 개선과 은행기능의 강화를 위해 제정한 국민은행법이 모태가 됐으며, 지난 2001년 4월 한국주택은행과 합병해 누적고객수 2862만명(2013년 기준)을 자랑하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최근 실적 부진과 각종 대형 악재를 겪으면서도 '리딩뱅크'로서의 위엄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는 이 같은 탄생 배경이 있으며, 은행권에서 국민은행 사태의 장기화를 지켜보는 시선이 편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30일 이사회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속단할 수 없지만 KB금융과 국민은행이 최근 일련의 사태와 내부 갈등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은행의 태동 때부터 약속했던 서민금융 조력자로서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