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것입니다. 은행의 건전성 및 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규제는 글로벌스탠더드(global standard)에 맞춰 강화하는 게 맞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진입과 영업 행위에 대한 규제가 너무 강해 경쟁과 혁신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 경제 분야에서는 대대적인 규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꼽히는 금융의 경우 은행, 보험, 금융 투자 전 분야에 걸쳐 숨은 규제를 찾아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서병호(사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의 진입과 영업 행위 부문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규제 개선 발표 이후 은행 현장에서는 복합 점포 설치와 낡은 점포의 리노베이션(renovation),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 판매), 꺾기(대출 조건으로 예금 강제가입) 등 규제를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이러한 영업 행위의 규제 개선은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신상품 개발을 통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은행들은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저금리·저성장에 직면, 수익률 하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규제 개선을 통해 은행이 새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판매하면 미국의 웰스 파고(wellsfargo)와 같이 저금리 굴레를 돌파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웰스 파고는 미국의 다국적기업으로 시가총액 최대 기업인 동시에 뱅크 오브 아메리카, 씨티그룹, JP 모건체이스와 함께 미 4대 은행에 속한다. 이 기업은 맞춤형 고객 관리로 고객 1인당 6개 이상의 금융 상품을 판매하며, 금융 위기 직전 다른 은행들이 주력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저소득층의 주택담보대출)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다만 은행의 저성장 문제는 국내에서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
서 연구위원은 "해외 진출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더해진다면 일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저성장 해소가 가능하다"며 "건전한 경쟁과 혁신이 가능하도록 영업 행위 규제를 완화하고 소비자 보호 및 건전성 관련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연구위원은 최근 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일본 은행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금융 위기 후 일본 은행들이 무역금융을 하면서 수익성이 한국의 2배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위원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은행이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는 중국, 최근 증가 규모가 큰 국가는 미얀마이다.
서 연구위원은 "한국 은행의 해외 점포 수는 늘었는데 국내 점포의 증가와 비교하면 과거와 똑같다. 산업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정부 소유의 은행들 위주로 늘고 있는데 영업 마인드 있는 상업은행은 왜 늘지 않나 아쉬움이 있다"며 "해외 점포가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고 차입금 의존도가 크며 현지 이해도와 대출 심사 역량이 떨어진다"고 문제점을 지목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