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담배값을 우선 500원 인상하고 물가상승률과 연동시켜 담배소비세를 인상시키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담배값을 25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하고, 이어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담배값을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각각 82%, 224% 인상하는 방식으로 담배값을 올리자는 파격적 방안을 내놓은 뒤 나온 절충안 성격을 가진다.
담배값은 지난 2005년 이후 흡연자들의 반대여론으로 인해 전혀 인상되지 못했다.
이 의원은 "외부불경제 재화인 담배의 가격인상(담배소비세 세율인상)으로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교정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며, 지방재정의 자체수입 확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흡연율 억제를 통해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개정안인 만큼 국회에서 조속하고 전폭적인 지지 속에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개정안 발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담배값 인상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종종 수명을 만족감과 뒤바꾼다.
잠을 줄여가면서 게임을 하는 행위, 밥보다는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행위, 콜라나 설탕을 즐기는 행위, 술을 마시는 행위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식이나 폭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법으로 규제할 수 없듯이 국가가 '국민의 건강'이라는 목적을 내세우고 개인의 행동을 규제한다고 반드시 국민이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담배소비세 인상이 흡연율을 다소 떨어뜨릴 수는 있겠지만 대다수의 흡연자에게는 큰 불만이 될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것은 그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실 담배소비세 인상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만회해보고자 편 정책인 취득세 감면이 지방정부의 곳간을 거덜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스스로 인건비조차 대지 못하는 지자체가 지난해 38개에서 올해는 78개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중앙정부도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마련이 시급한 형편이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며 지방세수를 축냈는데,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그것을 몽땅 흡연자들이 뒤집어쓰게 생겼다.
더군다나 세계 각국의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높게 나타나 담배소비세 과세의 역진성 또한 우려된다. 흡연자들을 타겟으로 삼아 세수를 뽑아내려 하는 것은 공평한 과세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가가 국민의 선호를 측정할 수 있다는 '자만'하에 시장실패를 교정하려 드는 것은 그 자체로 비효율을 유발하고 국민의 행복을 저해할 수도 있다.
차라리 재정이 부족하다고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좀 더 보편적인 증세를 호소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