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국민은행 노조는 전산교체 내부사태와 관련 임시이사회가 열리던 여의도 본점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KB금융 낙하산 경영진에 대한 사퇴를 촉구했다.
금감원, 1년간 이어진 금융사고에 채찍 들어
리더십 타격 상당…노조 등 사퇴 촉구 이어져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사전 통보 받았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밤 11시경 금융사고에 연루된 금융사 임직원 200여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통보했다.
이 같은 제재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금융당국이 일련의 금융사고와 관련 더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읽힌다.
특히 사전 통보된 제재 대상에는 KB금융과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한국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정보유출 카드 3사(KB국민·롯데·NH농협) 등이 포함돼 있지만 제재인원의 절반 가량인 100여명이 포함된 KB금융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련의 금융사고로 지칠 데로 지친 상태에서 '카운터 펀치'를 맞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임 회장에 대해서는 과거 KB금융 사장으로서 고객정보관리인을 맡았다는 점을 들어 고객정보 유출 책임을, 이건호 은행장은 동경지점 부당대출과 관련 당시 리스크 담당 부행장으로서의 책임을 중징계 사유로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KB금융에 대한 제재는 지난 1년간 이어져 온 금융사고에 대한 채찍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사실 KB금융이 내홍을 겪은 것은 1년여 전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의 취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 회장과 이 은행장은 각각 지난해 7월 12일, 22일에 취임을 했는데 낙하산 논란과 외부 인사 개입 의혹을 받으며 2주 넘게 노조의 출근저지를 받았다.
이후 임 회장은 적절한 때에 알맞은 양으로 필요한 만큼 내리는 비와 같은 '시우(時雨) 금융'을, 이 은행장은 고객의 성공을 돕는 '스토리금융'을 제시하며 경영개선의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1년여를 되돌아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장마비'처럼 대내외 악재들이 터졌고, 지뢰밭처럼 터져 나오는 '스토리가 있는 금융사고'들로 인해 고객들의 신뢰는 바닥을 향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국민카드 등 카드 3사의 1억여건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 해외지점의 묻지마 영업에 경종을 준 도쿄지점 부당대출, 100억원대 국민주택채권 횡령사건, 전산시스템 교체 관련 내분 등이 일어나는 동안 숨가쁘게 1년이 훌쩍 지나갔다.
KB금융이나 국민은행 내부에서 그간의 시간을 '잃어버린 1년'이라고 부르며 자조하는 이유다.
지나온 시간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오는 26일로 예정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임 회장과 이 은행장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임기를 마친 뒤 연임이 안되고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중징계 결정 자체가 사실상 퇴출 선고로 받아 들이고 있다.
만약 두 CEO가 동반 사퇴를 할 경우 KB금융은 제대로 돛도 올리지 못하고 좌초되는 모양이 된다. 내분양상으로 치닫는 전산교체 문제는 다시 실타래처럼 꼬이고 LIG손해보험 등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대형 M&A는 그대로 접을 수밖에 없다.
두 CEO가 남은 임기를 채우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이미 노조에서 전산교체사태로 내분을 일으킨 두 당사자에 대해 동반 사퇴를 촉구하고 있고, 리더십에 대한 상당한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급격한 레임덕 현상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국민은행 노조는 중징계 사전 통보 이후 논평을 통해 "금감원 검사 결과와 자체 진상조사를 토대로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막론하고 강도 높은 책임 추궁을 이어갈 것"이라며 "명확한 진상규명을 통해 지주회장이든 은행장이든 자리를 걸고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