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사업다각화에 '암초'…대응방향 제각각

■ 2012 이후 실적부진...매출 9.6%, 영업이익 71.9% 감소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의 경영실적이 2012년 정점을 찍은 후 2년 이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정유업체들이 정유부문 침체에 대비해 지난 3,4년간 수십조원을 투자해 온 석유화학 부문 마저도 작년말 부터 실적이 하락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중국과 중동 업체들이 최근 몇년 기초유화제품 시설투자를 늘려 시장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유화제품은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어 자금만 있으면 손쉽게 진출할 수 있어 이들 국가의 진출이 위협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 3~4년 준비한 화학사업도 급냉 '사면초가' 

작년까지만 해도 10% 대를 넘나들던 정유사들의 화학부문 이익률이 올해 1분기에 3.71%로 급락했다. 화학제품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파라자일렌의 경우 그동안 톤당 160~170만원하던 국제시장 가격이 올들어 130만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정유부문 이익률이 0.05%~0.07%로 사실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동안 정유부문의 부진을 보완해 주던 석유화학부문 마저 이익이 급감하고 있다. 정유업체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꼴이다.

정유와 화학부문 외 윤활유와 유전개발 등 기타사업부문에서는 10%를 웃도는 이익을 내고는 있다. 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약하기 때문에 경영실적을 개선시키는데는 큰 도움이 못된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정유와 화학부문이 전체매출의 93.8%를 차지하고 있으며, GS칼텍스가 95.9%, S-OIL은 93.0%, 그리고 현대오일뱅크는 정유부문이 100%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 "기다려 보자" vs "적극 대응해야 한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사업들의 수익성이 급감하자 정유업계는 다급해졌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그동안 화학부문에 투자를 늘린 상태인데다 일시적인 수급불안정으로 수익성이 떨어졌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당분간 지켜 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S-OIL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려면 또다시 3,4년의 시간과 수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지금으로서는 경기가 좋아지길 기다리는 것말고 뾰족한 수가 없지 않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의 화학제품 소비 증가세를 볼 때 올초 제품가격의 하락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아직 세계적으로 생산설비 과잉은 아니므로 생산량을 조절하며 기다려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신기술 개발, 시장확대, 시설 효율화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극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GS칼텍스는 기술개발과 신시장개척에 더욱 힘을 쏟는다는 전략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대전에 있는 기술연구소에서 고부가 복합소재, 바이오 제품 개발을 통해 신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스페셜 케미칼 제품을 통해 신규 수익원 창출과 높은 이익률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업체들이 흉내낼 수 없는 독자제품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중국외에도 동남아와 유럽을 공략해 윤활기유의 경우 세계 메이저와 공급계약을 맺는 등 해외매출 비중을 70%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고 시장다각화 전략을 설명했다.

100% 정유사업만을 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정유부문의 고도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저렴한 코크스를 이용한 비용절감, 유류터미널 건립 등 정유사업의 효율화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