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규제 개혁은 과거 '금융'의 개념이 있은 후부터 시작됐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이 상당하고, 금융 자체가 바로 규제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정부 이후 꾸준하게 큰소리를 내고 있는 규제 완화 정책이 특별히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사실 규제란 얼마나 거치적거리고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것인가.
얼마 전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규제를 획일적으로 없애는 것(de-regulation)이 아니라 좋은 규제(better regulation)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규제 개혁 방향이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선 행정 현장에서조차 이 같은 정책의 방향성에 물음표를 던진다.
한 당국 관계자는 "좋은 규제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 교육을 아무리 해도 실제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규제를 통해서만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 두 달 동안 12차례 금융 현장을 방문하고 직접 제보를 받아 규제를 전면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제보 건수는 중복 규제를 포함해 1700개에 이른다.
금융위가 규제 제보 사이트를 신설하면서 금융회사뿐 아니라 개인 소비자들의 민원도 수없이 접수됐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낮으니 이를 높여 달라' 등이다.
신 위원장은 "건전성,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좋은 규제들을 강화하되, 규제 준수 비용을 낮추고 내부 통제를 강화해 잘 지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카드로 '규제 개혁 정책'을 꺼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강화와 규제 완화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 금융의 현실이라는 점을 잘 보여 준다.
실제로 금융 현장 방문 결과 신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준법 감시인 제도가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준법 감시인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바꾸는 시도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신 위원장은 "규제 개혁에 있어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결국 금융회사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또 다시 걸리적거리는 규제가 될 것이다.
결국 금융에 있어 규제란 어느 정도의 선을 잘 지키느냐가 관건인데, 정부 경제정책의 행보에 속도를 맞추는 것은 제2, 제3의 대형 금융 사고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좋은 규제란 무엇인지, 금융정책이 현재 가고 있는 방향이 과연 맞는 것인지 되돌아볼 필요는 없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