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14년.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화를 이루겠는 취지와 다르게 최근 금융지주는 온갖 부작용을 속출하며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금융지주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향후 금융지주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금융지주 지배 구조에 대한 개편을 연구해 왔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금융 산업을 발전시키자는 목적에서 비롯됐으나 내부 권력 갈등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최근 KB금융그룹의 경영진 간 내분 사태를 겨냥한 말로 해석된다.
금융지주는 은행, 금융 투자(증권), 보험 등 업무를 대형화하고 자회사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해외 개방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금융지주 4대 천왕, 금융 위기의 발단 등 역기능이 많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가 경영진의 권한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내부 권력 갈등이 심화되는 부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올 초 정보 유출 사태가 터지며 금융지주의 최대의 강점이었던 고객 정보 공유도 문제가 생겼다.
2001년 공적 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을 시작으로 KB금융그룹, 신한금융지주회사, 하나금융그룹, NH농협금융지주, KDB금융그룹이 생겨났다. 최근에는 지방은행들이 BS금융지주, DGB금융지주를 만들며 공격적인 인수 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들 때문에 금융지주가 불필요한 금융회사는 굳이 지주 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와 은행의 경영진 사이가 옥상옥(屋上屋)이 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보인다. 은행 편중 현상을 줄이고 자회사들을 동등한 지배 구조로 개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지주의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경영진과 이사회가 '주인 행세' 하려는 경향이 있고 국내시장 중심의 영업, 포트폴리오 불균형, 지배 구조의 난맥 등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은행지주의 은행업 비중은 83.5%에 달한다. 이는 경영의 연속성을 저해하고 경영진과 이사회의 균형을 불안하게 하며 그룹 전체의 정책 수립 등 운영 체계가 핵심 자회사 중심으로 이뤄지게 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당국이 지주를 감독하고 지주가 자회사를 감독하는 중층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주와 자회사 경영진이 독립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