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단행한 7개 부처 장관 교체는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고 경제부흥과 국가 대개조라는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혁신 드라이브'의 전초전 성격이라는 평가다.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의 역사인식 논란과 과거 발언 등이 문제되면서 재차 낙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개각을 밀어붙인 것은 총리 내정자를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고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카드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번에 입각한 인물들이 대부분 친박계 정치인이거나 과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것을 감안하면 강력한 '친정체제' 구축으로 국정동력을 확보해 세월호 참사로 어수선한 정국을 타파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 2기 내각 새 얼굴, '추진력+전문성+탕평' = 교체된 장관 내정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박 대통령이 2년차 집권구상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렸는지가 나온다.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최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냈으며 지난 MB정부에서는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던 인물로 정무적 감각은 물론 정부조직 장악력도 두루 갖추고 있어 박 대통령이 역점 추진하고 있는 경제부흥 3개년 계획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재정 전문가이긴 하지만 정무적 감각과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 의원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세월호 사고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일으키기 위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행정부 장관에 내정된 정종섭 서울대 법학대학원장의 인사는 의외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향후 행정자치부로 개편될 안행부에 조직운영 경험이 전무한 학자 출신을 내정한 것이 적합한 인사인지에 대해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심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공천개혁을 주도했다는 점이 입각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공천개혁을 주도한 경험으로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공직사회의 민낯과 관피아 논란 등의 적폐를 혁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여성가족부 장관에 내정된 김 의원의 경우 비박계로 분류돼 박 대통령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물로 알려졌지만 추진력이 있다는 점에서 기용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친이계로 알려진 인물을 기용하는 등의 탕평인사를 펼침으로써 비박계까지 아우르는 대국회 '소통'을 강화한다는 메세지를 주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명수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데 대한 '맞수'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한국교원대에서 줄곧 일했으며 공교육살리기운동 등을 역임해 교육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적임자라는 평이다.
□ "논란 '쉿'·국정 주도권 확보" 계산 = 문 총리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치기도 전에 박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까지 감수한 배경은 자칫하다간 국정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내정자의 과거 발언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 인사청문회까지 차질이 생긴다면 개각 일정도 순연될 여지가 크다. 논란이 더욱 확산되기 전에 개각을 단행해 문 내정자에 대한 논란을 희석시키고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겠단 계산으로 보인다.
또한 정기국회까지 시간이 3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개각 발표를 늦춘다면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줄줄이 순연, 내년 예산안 처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최대한 빠르게 개각을 발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가까이 두기를 꺼리던 정치인을 대거 기용한 것도 세월호 사고로 들끓는 민심을 잠재우고 국회와의 소통 강화로 국정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회와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예산안과 세법 처리 과정에서 정부가 반대한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 인하 법안이 통과한 것도 국회와의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최 의원과 김 의원을 비롯해 청와대 정무수석에 내정된 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 경제수석에 내정된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 등 현직 정치인을 대거 기용한 것은 정기국회 전에 국정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학자나 관료 출신 장관들의 잇단 말실수와 구설수 등이 국정운영에 타격을 줬던 것을 감안하면 정치인 출신들의 정무적 판단과 감각도 무시하지 못할 부분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