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집권과 함께 작년에 첫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정권초기 기업길들이기, 졸속시행, 선의의 피해자 양산 등 각종 비판이 끊이지 않아 지금까지도 손질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작년 세계적으로 유래가없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신설해 처음으로 시행했다. 그러나 직접 시행해 본 결과 여기저기서 문제점이 드러나 시행 한달도 안된 작년 8월 과세요건을 완화하는 세법개정안이 마련될 정도였다.
그러나 부과기준, 미실현과세, 납세절차 등에 대한 비판이 여전히 계속되자 작년 10월, 12월 그리고 올해 3월까지 국회와 기획재정부에서 계속 적용대상과 적용기준, 시행절차 등에 대한 규정을 고치고 있다.
■ 편법증여 행위와 정상 거래 엄밀히 구분해야
업계에서는 이렇게 기준이 계속 바뀌는 것에 대해 법령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계열사간 거래에 대해 그 의도와 목적에 상관없이 다짜고짜 일괄적인 정량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수입하던 부품을 국산화하기 위해 만든 계열사도, 판매를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도 사실상 제품의 거의 전부를 모기업에 판매하고 구입하기 때문에 30% 거래기준에 걸려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이 된다.
회계전문가들은 "이익을 편법증여하기 위한 일감몰아주기는 회계나 세무에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라면 거래내역과 지분구조를 조금만 들여다 봐도 한눈에 구분해 낼 수 있다"며 "현재의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절감이나 기술ㆍ영업확장 등 전략적제휴를 위한 내부거래에도 모두 세금을 부과해 기업활동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감몰아주기는 현행 공정거래법 법인세법 상법에서 모두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법에서 정상가격을 초과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나 낮은 가격으로 계열사에 물건을 팔거나 사줘 대주주가 이익을 취하고 일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만 규제를 한다.
시장에서 제3자와 거래할때와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된 경영ㆍ영업 활동의 경우에는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상속증여세법상의 일감몰아주기 과세처럼 거래의 의도나 내용과는 관계없이 단지 거래량이 많고 지분율이 높다는 수치적 기준만으로 불법ㆍ편법 거래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조세논리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법시행 초기부터 계속 나오는 이유다.
일괄적인 수량 기준으로 과세를 하다보니 사회적 이슈와는 관계없는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주요 과세대상이 되어버렸다.
■ 조세논리가 아닌 정치논리...근본 원칙부터 수정해야
재계 관계자는 "이런 터무니 없는 제도를 계속 밀어 붙이니 경제ㆍ조세 논리가 아닌 정치적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일부 기준을 수정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원칙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무전문가도 "재벌 일가의 편법적 이익 증여에 대해서는 더욱 엄하게 세금을 징수하되 정상적인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영활동은 보장돼야 한다"며 "과세당국이 편법증여를 가리기 위해 조금만 더 신경쓴다면 1.5% 때문에 98.5%를 과세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