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큐민, 카레에 사용되는 폴리페놀성분의 향신료
현대인에게 흔히 볼 수 있는 비만·만성질환·대사증후군·암·치매 등을 해소하는 ‘커큐민’(curcumin)이 주목받고 있다. 인도와 그 주변의 아열대 지방에서 재배되는 다년생식물인 ‘심황’의 뿌리에는 커큐미노이드라고 불리는 노란색 폴리페놀 색소화합물이 0.5~6.5% 함유돼있는데, 주성분이 커큐민이다. 카레 원료인 강황의 노란 색깔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도음식에 널리 사용돼 온 폴리페놀성분의 향신료다.
심황은 강황의 일종이며 넓게 보면 울금, 강황, 심황, 우콘은 같은 식물로 본다.
커큐민은 고대로부터 향신료, 염증·피부질환 등의 민간치료제로 사용돼 왔다. 강한 항산화기능은 최근 만성질환 예방을 넘어 항암효과까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즉 항종양·항산화·항아밀로이드(치매억제)·항염증 작용으로 산화에 의한 DNA손상 및 지질과산화를 억제하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염분은 적지만 짭짤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나트륨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고혈압·당뇨병 환자에게 적합한 천연조미료로 활용될 수 있다.
커큐민은 담즙의 분비를 촉진한다. 담즙이 생성될 때 콜레스테롤이 사용되므로 콜레스테롤 소비량이 늘어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동맥경화, 고혈압, 심혈관질환, 만성질환을 예방하며 체중감량에도 도움이 된다.
만성질환의 원인인 비만을 억제한다는 의미다. 모센 메이다니 미국 터프츠의대 병리학 박사팀은 “커큐민은 지방세포의 분화를 억제하고 비만세포를 사멸하도록 유도한다”며 “신진대사물질인 아디포카인(adipokaine)에 의해 발생하는 혈관신생까지 막았다”고 설명했다. 혈관신생이 나타나는 것은 지방조직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런 과정은 암에도 적용된다. 권호정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생명공학과 교수는 “커큐민은 세포막의 표면에 존재하는 혈관신생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아디포카인을 효과적으로 저해해 암을 억제한다”며 “독성이 없고 생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아시아계 이주민이 많은 레스터시 지역에서 결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500명을 조사하던 중 아시아계는 단 2명에 불과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더 많은 조사와 실험을 거쳐 조사단은 아시아계 사람들이 많이 먹는 카레, 특히 커큐민(curcumin)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커큐민은 뇌세포를 활성화시켜 치매를 예방하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카레의 나라’ 인도의 치매 발병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이유는 카레 등 향신료를 많이 접하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도 적잖다. 커큐민의 강한 항산화 능력은 세포의 산화를 방지하고, 항염증 효과는 치매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예방한다.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로 ‘아밀로이드베타’(amyloid-beta)가 있다. 치매환자의 뇌혈관을 막히게 하거나 뇌세포를 죽여 증상을 악화시킨다. 커큐민을 꾸준히 복용하면 아밀로이드베타가 뇌 속에 쌓이는 것을 막고 이미 쌓여있는 단백질 물질을 제거해 준다.
테이무네테쓰(丁宗鐵) 일본약학대학 한의학 교수는 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한 끼 식사로 일정량의 카레를 섭취하게 한 뒤 다른 음식들을 먹었을 때와 전후 상태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카레를 먹으면 뇌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혈류량이 약 4% 증가했다. 정보처리 기능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의 활동량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테이무네테쓰 교수는 “카레 속 커큐민이 대뇌의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하면서 치매 예방 및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이 성분은 비타민E의 약 8배에 달하는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만성질환 암 비만 등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평소 일상생활에서도 도움이 된다. 커큐민은 간장의 효소를 활성화시켜 간조직 재생을 도우면서 숙취를 해소한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숙취해소음료의 대부분은 커큐민 성분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헬스오 정희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