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지지율 40% 붕괴 직전…임명동의안 재가 검토
지명 철회·국회 부결되면 정권 치명타…'자진 사퇴' 압박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에 대한 재가를 귀국 후 검토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문 후보자에 대한 마음이 떠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의 반역사적 반민족적 망언에 대한 문 후보자의 해명과 사과가 오히려 여론 악화를 부르고 정권에 악재로 작용함에 따라 임명동의안 제출 검토로 시간을 끄는 이른바 '문창극 출구전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문 후보자 지명 후 일주일새 10%포인트가 급락해 40%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19일 리얼미터가 17~18일 이틀간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1.4%에 그쳤다. 이는 리얼미터 조사에서 취임 후 최저치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하루 전날의 42.7%에서 1.3%포인트가 빠져나갔다.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 유무선 혼합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하지만 문 후보자는 이러한 '시그널'에도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전날 저녁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돌아올 때까지 차분히 (청문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고, 19일 오전 출근길에서도 “밤 사이에 (입장) 변화가 없다. 저는 어제 말한 것처럼 오늘 하루도 제 일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 후보자의 버티기에 여권 내부에서도 난감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문창극 불가' 분위기가 확산된 여권으로서는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친다고 해도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강행될 경우 정권에 더 큰 치명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표결을 거쳐 부결되면 대통령이 당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것으로 정권으로서는 치명타"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적 비판을 무릅쓰고 인사청문회를 강행해 표결까지 가서 낙마되느니, 인사청문회 전에 스스로 사퇴하는 게 정권에 미칠 타격이 덜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청문회 원칙을 말하지만 속내는 청문회까지 가길 바라지 않고 있을 것"이라며 "청문회를 하면 7.30재보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만약 문 후보자가 버티기를 고수한다면 결국 박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거나 청문 절차를 진행해 국회 표결을 해야 한다. 국회 부결이든 지명철회든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보다 나을 게 없다. 자신의 인사가 잘못됐음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어 임명권자로서의 권위가 실추되기 때문이다. "후보자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지속적인 여권의 메시지 역시 자연스러운 '정리'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문 후보자에 대한 자진사퇴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은 문 후보자가 국무총리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지 오래다. 소통하지 않는 청와대와 문 후보자만 모를 뿐"이라며 문 후보자를 향해 "기다리지 말고 자진사퇴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사퇴는 빠를수록 좋다. 이제는 결단을 내리라"고 거듭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