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철회·국회 부결, 부실검증 자인하는 꼴…자진사퇴 유도할 듯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인 가운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요청서 처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 낙마에 이은 후속 후보자인 문 후보자의 반역사적·반민족적 발언과 부적절한 태도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어서 문 후보자에 대한 처리가 7.30 재보선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앞길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새누리당 주요 의원들은 청문회를 거쳐 표결에 부칠 경우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인사청문회 전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압박해왔다. 박 대통령이 임명동의안 제출 여부를 순방 뒤로 연기한 것도 사실상 '문창극 버리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문 후보자가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입장이 난처한 상황이다. 문 후보자가 끝까지 버틸 경우 지명을 철회하든 국회에서 부결되든 박근혜 정부에 치명타를 주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무능함이 드러난 상황에서 총리 인선 마저 두 번이나 실패로 귀결됨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인 부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되는 부담을 안게됐다.
특히, 청문회 표결까지 가서 부결될 경우 여당에 대한 통제력마저 상실한 모습을 보여줘 조기 레임덕에 빠질 것으로 걱정되고 있다.
이미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곤두박칠 치고 있다. 문 후보자의 지명 이후 후보자들의 부실검증으로 인한 여론이 나빠져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문 후보자 지명 이전 보다 10%포인트 정도 떨어져 40%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율 역시 동반하락해 새정치민주연합과 오차 범위내로 좁혀졌다. 이 때문에 오는 7.30 재보선에서도 개각과 관련한 인사검증 부실로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 같은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럴 경우 청와대나 여권 핵심부를 통해 물러나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후보자가 박 대통령 귀국 다음날인 22일께 자진사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난다 해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이전 보다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인선은 세월호 참사 상황에서 후속대책으로 어느 때보다 책임총리에 대한 열망이 강한 가운데 이뤄졌기 때문이다. 관피아 척결과 국가대개조 적임자를 고르고 고른 것이 안대희-문창극 후보자였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신뢰를 얻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