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복 성동세무서장은 38년 공직을 떠나며 후배들에게 엄격한 세법 집행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향후 외국법인에 개방되는 세무대리 시장에서 정도(正道)를 선도(先道)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사진=김용진 기자)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과학적 지식이나 전문적 기술을 소유한, 소위 '기술관료(技術官僚)'를 일컫는 단어다. 이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경력을 가진 인물이 38년 국세공무원 생활을 끝내고 또다른 세상으로 나간다.
조태복 성동세무서장(사진)이다.
38년 국세공무원 생활 중 절반을 훌쩍 넘는 18년을 본청에서만 일한 조 서장. 국세행정 시스템 개선 현장에는 늘 그가 존재했다. 오랜 시간 열정을 바친 끝에 그는 국세청 최고의 '세법 테크니션'이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얻었다.
조 서장은 지난 19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세청이란 특별한 공직의 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해방감도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아쉽고 쓸쓸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뒤로하고 이제 민간 전문가로서의 새로운 한발을 내딪고자 한다"고 밝혔다.
□ 본청 근무만 18년…세금기술자 '밑거름'
1976년 4월 이천세무서에서 공직의 첫발을 내딘 조 서장은 7급이던 1988년부터 본청에서 근무하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나갔다. 조 서장은 "본청 법인세과는 가장 힘든 일이 많고 주말도 없어 모두가 꺼리는 부서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법인세과에 근무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없는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하는 것이었다"며 "세무행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늘 고민했고, 지하철에서도 어떻게 업무를 추진할지를 머리에 쥐가 나도록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서장은 18년간 본청에 근무하는 동안 일 많기로 소문난 법인세과와 그밖에 심사과, 조사국, 법규과 등을 거치며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 결과 법인사무처리규정 전면 개정, 법인성실도분석시스템(CAF) 전면개선, 정기 조사선정 방식 개선, 법인통합프로그램 개통, 수평적성실납세제도 도입, 법인세 기획분석 및 사후검증제도 도입, 전산조사기법 도입, 접대비 실명제 폐지, 과세자료제출법 신설 등 현재 시행되고 있는 많은 국세행정 시스템에 그의 손길이 녹아있다.
□ "세정권력은 '칼'…목적에 맞게 바르게 써야"
세무공무원의 길을 걸어오며 그가 가진 철학이 있다. 국세행정은 '칼'과 같다는 것.
조 서장은 "국가에서 국세공무원에게 권력이라는 '칼'을 쥐어주었으나 그것을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며 "국세공무원은 칼을 든 요리사와 같아서, 그것을 올바르게 쓰면 멋지게 회를 뜰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횟감을 망치게 된다. 납세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세무조사나 세원관리를 하면서 기업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주는 것은 기업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다"며 "기업들뿐만 아니라 모든 납세자들에게 정확하게 세법에 관한 내용을 알려주고 공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국세공무원에게 권력이 주어진 이유"라고 했다.
□ 공정 행정을 위한 끝없는 노력…민간 전문가로의 '재탄생'
조 서장은 인터뷰를 통해 후배들에게 엄격한 충고를 덧붙였다. 그는 "세법은 1+1=2처럼 딱 떨어지는 산술이 아니다"며 "세법은 사회과학이고 정답이 없다. 가장 합리적인 답을 추구해야하는게 세법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어 "가장 합리적으로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라며 "가장 공정하게 납세자와 국세청 사이에서 세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조 서장은 오는 27일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난다. 그리고 그는 38년간 갈고 닦아온 세법지식과 국세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세무대리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으로 뛰어들 계획을 갖고 있다.
조 서장은 "내후년 정도면 우리나라 세무대리 시장도 외국법인에 개방된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그동안 함께 일해왔던 국세청 후배들과 함께 '정도(正道)를 선도(先道)'하는 최고의 세무법인을 만들어 힘껏 부딪혀보겠다"며 앞으로의 힘찬 포부를 드러냈다.
조태복 성동세무서장은…
▲1956년 ▲인천 ▲동인천고-인하대, 인하대 경영대학원-건국대 행정대학원 세무행정학 석사 ▲일반공채(9급) ▲국세청 법규과·조사국·심사과, 남대문세무서, 국세청 법인세과 1계장, 중부산세무서장, 서울국세청 조사2-1과장, 성동세무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