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주 전산기 선정과 관련 굳게 입을 다물어 온 이사회가 작심을 한 듯 포문을 열었다.
23일 국민은행 이사회 일동은 주전산기 선정 관련 공식 입장을 통해 "그간 위법 부당한 행위로 초래된 혼선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외이사들도 잘못이 있다면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선 이사회는 주전산기 선정은 충분한 검토와 검증을 거쳤다며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사회는 "은행장 및 본부 본부장으로 구성된 경영협의회에서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변경하고 기술검증을 실시키로 결의한 후 은행장이 이를 이사회에 보고한 바 있다"며 "업체들의 참석 하에 유닉스 전환 기술검증을 수행한 결과 주전산기 기종전환 추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사회는 이번 주전산기 교체건과 관련된 내부 갈등의 발단은 한국IBM 측이 이건호 은행장에게 제공한 이메일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다시한번 상기시켰다.
이사회는 "이사회에서 상임감사위원이 입찰대상을 제한할 경우 배임의 소지가 있다는 잘못된 주장을 하면서 유닉스로의 기종전환 방침을 전면 백지화해 IBM 메인프레임도 입찰에 참여시키는 안을 제시하고 은행장도 이에 동조했다"며 "이 같은 제안은 이사회 개최 10일 전인 4월 14일 IBM 한국대표가 은행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메인프레임의 가격을 전년의 제안가보다 낮춰 제안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사회는 특별감사보고서의 안건상정을 거부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병기 상임감사의 특별감사 착수시점과 배경에 의구심이 들 뿐만 아니라 감사위원회와 사전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특별감사를 강행한 점, 특별 감사과정에서 임직원 소명기회를 제한하고 일방적으로 이뤄져 감사결과의 공정성 및 객관성이 결여된 점을 문제로 들었다.
이사회 측은 "감사위원 사외이사들은 특별감사보고서에서 제기한 문제의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하는 감사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통보했는데 상임감사위원은 당일 곧바로 금융감독원에 특별감사를 요청해 내부 문제해결 과정을 스스로 봉쇄한 채 오늘의 사태에 이르게 됐다"고 질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