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알고보니 배우자 소득이 잡히면서 근로장려금을 토해낼 위기에 처한 납세자 A씨. 소위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영세납세자이기에 변호사나 세무사 등에게 상담을 받아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이미 생활비로 근로장려금을 다 써 버린 A씨가 낙담에 빠졌을 때, 이를 구제한 것은 국세청의 '국선세무대리인' 제도였다.
비용 등의 문제로 변호사나 세무사, 공인회계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하기 어려운 영세납세자는 사실상 억울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처분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국세청은 지난 3월 3일부터 국선세무대리인 제도를 시행, 114명이 이 제도의 지원을 받았으며 이 중 35명이 구제를 받았다.
□ 배우자 급여 확인, 근로장려금 내놔! = 배우자의 급여를 확인하고 근로장려금 환수결정을 했지만 지급받을 수 없는 급여임이 증명되자 국세청은 즉각 A씨가 지난 2012년 수령한 근로장려금 환수결정을 내렸다.
과세관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통보한 청구인 배우자의 급여자료를 확인한 후 근로장려금 수급대상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A씨는 국선세무대리인에게 SOS를 쳤다.
국선세무대리인은 이의신청 과정에서 증거자료 수집을 통해 A씨의 배우자에게 발생한 급여는 지급받을 가능성이 없는 체불임금임을 입증하고 체불임금은 근로장려금 지급기준이 되는 총소득에서 제외해야 함을 적극적으로 주장했고 환수결정 취소를 이끌어냈다.
□ 내 매출이 아닌데… = 납세자 B씨는 전시기획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로 과세관청은 B씨가 2012년 제2기 신용카드 매출액 수천만원을 신고 누락한 것으로 보고 부가가치세 수백만원을 부과했다.
억울함을 견디지 못한 B씨는 국선세무대리인을 찾았고 국선세무대리인은 이의신청 과정에서 ○○협회 주관으로 미술품 전시회가 개최된 사실, 카드단말기가 없는 ○○협회를 위해 청구인의 카드단말기를 사용하게 한 사실을 확인하고 신용카드 매출액이 청구인의 매출이 아님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과세관청은 미술품 전시회가 신용카드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협회 주관으로 개최되었고, 판매 물품이 모두 전시 작가들의 작품인 점으로 볼 때, 신용카드 매출금액은 B씨의 매출이 아니므로 과세처분을 취소했다.
□ 근로자가 사업자로 둔갑? = 명의상 사업자에 불과한 염전 근로자에게 과세처분이 내려진 것을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
과세관청은 C씨를 애견용품 도소매업자로 판단하고 신용카드 매출액 과소신고에 대해 부가가치세 수백만원을 부과했다. 염전 근로자였던 C씨는 국선세무대리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국선세무대리인은 이의신청 과정에서 청구인이 직접 임대차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건물주의 진술을 확보하고 청구인이 전남 신안 소재 염전의 근로자이며 신원미상자에게 주민등록증을 빌려준 사실이 있음을 확인했다.
여러 정황상 청구인이 실사업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과세관청을 수차례 방문해 설명했다.
과세관청은 사업장이 서울에 소재하나 청구인은 전남 신안에 소재하는 염전의 근로자로서 청구인을 실제 사업자로 볼 수 없으므로 과세처분을 취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