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국조특위가 지난달 30일부터 기관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野, 해경-靑 책임 거듭 추궁에 새누리 "녹취록 날조"
與 간사 조원진, 유가족에 "당신 누구야" 고성 논란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기관보고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세월호 참사의 핵심 책임 부처인 해양경찰청의 보고에서 여야 특위 위원 간 설전을 거듭, 끝내 특위 자체가 파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국조특위는 2일 새벽 해경 기관보고를 받기에 앞서 해경으로부터 사고 당일 해경과 청와대, 총리실 간 있었던 통화 녹취록을 넘겨받고 조사했다.
이 녹취록에는 해경이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정확한 사실보다는 추측한 내용을 전달하거나 언론의 질타를 걱정하는 듯한 대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청와대 역시 해경의 구조인원 보고가 수정된 것에 대해 실종자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염려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 특위 위원들은 거듭 청와대를 비판하며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었다. 이 과정에서 김광진 의원이 청와대에서 해경에 '영상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했다고 지적하면서 "VIP(박근혜 대통령)가 영상을 좋아한다"는 말을 하며 비판하자,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이 "VIP가 영상을 좋아한다는 녹취록이 있나"라며 "같은 녹취록을 같이 보고 있는데 이런 새빨간 거짓말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 의원의 강력한 항의에 김 의원은 "VIP가 영상을 좋아한다는 말은 없었다"고 사과했지만 새누리당은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김 의원을 비판하며 특위 위원 사퇴를 주장했고, 사퇴를 할 때까지 회의 속개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유가족들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이해 못한다"고 항의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의원이 사퇴를 하면 5분 내라도 회의를 속개할 수 있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앞서 조 의원은 김 의원의 사과를 받는 과정에서 설전을 지적하는 유가족을 향해 "당신 누구야"라고 언성을 높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유가족이 "유가족입니다"라고 말했지만 조 의원은 "유가족이면 쫌 가만히 있어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에 유가족이 "뭐요 지금 나한테 당신이라고 했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회의 보이콧은 녹취록 내용에 해경이 청와대에 제대로된 보고를 하기보다 상황 파악을 못해 우왕좌왕하는 발언들이 다수였으며, 청와대 역시 구조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보고와 언론반응에 주시하는 발언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통령께서 중요한 말씀도 한다. 해경청장에 전화해 특공대 투입하라고 하고, 객실과 선실 모두 체크해 낙오 없도록 해달라고 한다"며 "새정치연합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대통령을 폄하하고 녹취록을 날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족들의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 새누리당이 청와대를 지키기 위해 '몽니'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가족들은 "말꼬리 잡는 것이다. 초등학생도 이렇게 안 한다"며 격노했다. 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새누리당이 녹취록을 막기 위해 그런 것"이라며 "김 의원이 사과했고 또 (새누리당 의원들) 오면 사과한다고 했다. 국정조사 하기 싫으니까 꼬투리 잡는 것"이라고 유가족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녹취록 내용에는 첫 구조자수를 370명으로 보고했다가 나중에 166명으로 해경이 정정하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166명이라고요, 큰일 났네 이거. VIP까지 보고 다 끝났는데"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우원식 국조 특위 위원은 "이 순간에 국민의 안위, 그 배안에 있는 2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생명이 어떻게 됐는지를 물어보기보다는 VIP에게 잘못 보고한 것을 더 걱정하는 청와대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사고 당일 9시 42분경 청와대가 "지금 구조작업을 하고 있나요"라고 해경에 묻자, 해경은 "아직 구조단계는 아니고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시각은 사고발생 시각인 오전 8시 48분에서 1시간 가량 지난 시점이다. 이는 그때까지도 해경과 청와대 등에서 사고 파악이 제대로 안 됐음을 드러낸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