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보다 '대통령 지키기'?…유가족과 고성 '안하무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83일이 됐지만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직도 11명의 실종자가 바다 속에 있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세월호 참사 이전의 대한민국으로서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는 게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국가 대개조', '새로운 대한민국'. 이를 가장 주도적으로 실천해갈 정부와 정치권의 역사적 사명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그것이 국민의 권리를 위임받은 민주공화국의 정부와 정치인들이 나라를 뒤흔든 참사를 대하는 기본 예의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책임이 큰 정부여당의 모습은 기본 예의는커녕 참사로 가슴이 무너질 대로 무너진 가족들의 상처를 더 곪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부의 무능을 견제하기는커녕 국회에서의 역할인 세월호 국정조사마저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파행시키려는 이유는 야당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세 때문이다. 지난 2일 공개된 해양경찰과 청와대 간 핫라인 통화 녹취록과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VIP(박 대통령)' 관련 발언에 자신의 해석을 넣어 왜곡한 게 발단이다. 새누리당은 김 의원의 사과에도 한 발 나아가 특위위원 사퇴를 조건으로 국조를 '보이콧'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저녁 국조가 속개될 때까지 구조작업에 매진해야 할 해경청장을 대기시킨 채 5시간 이상 보이콧했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 가족들은 분노, 오열하는 등 새누리당을 거침없이 비난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가족들을 상대로 묵묵부답과 모르쇠로 일관하며 언성을 높이는 등 참사에 대한 책임보다 '대통령 지키기'에 더 바쁜 모습을 보였다.
한 유가족은 "사과했으면 됐지, 이게 파행할 일이냐"는 지적에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우리는 판단이 다르다. 특위 사퇴는 다르다"고 강변했고, 다른 유가족은 "말 실수로 사퇴할 일이면 특위 회의장에서 졸은 사람은 뭐냐. 그 사람도 사퇴시켜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대통령을 폄하해 내용을 왜곡시킨 사람은 특위 위원 자격이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이 박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처럼 말한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나,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에 대통령만은 예외일 수는 없다. 왜곡된 발언에 사과를 요구해 사과를 받았으면 국조를 속개할 일이지, 다시 사퇴하라며 파행으로 모는 것은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참사의 진상규명이라는 위중함을 생각하면 지나친 요구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 자신도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진상규명을 약속한 마당에 발언 하나를 놓고 파행으로 모는 것은 오는 10일 있을 청와대 기관보고를 회피하려는 꼼수로 비쳐질 수 있다.
또한, 새누리당 주장대로 김 의원의 대통령 폄하가 사퇴 이유라면 여당 특위 위원인 이완영 의원이 국조 회의장에서 장시간 졸고 야당 의원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등의 불성실한 태도와 조 의원의 가족들을 향한 고성으로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것은 사퇴 조건이 안 되는지 묻고 싶다.
유가족들은 새누리당 위원들과 싸운(?) 지난 2일 "고문 받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면 적어도 국조를 파행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게 정부여당으로서 일말의 반성과 책임을 느끼는 행동이다.
가족대책위는 새누리당의 국조 파행 예고에 반발하며 7일 "다시 국조를 볼모로 삼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한다면 대책위는 분명한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사에서도 찾기 힘든 세월호 참사다. 여전히 실종자는 남아 있다. '국가 대개조'로 가는 길목에서 정부여당은 이번 국조가 역사에 어떻게 남을지 심사숙고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주길 다시 한 번 요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