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청문회에서 최 후보자는 경제활성화를 통한 세수증대라는 원칙을 표명했고,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세무조사는 지양할 것임을 강조했다. (사진=김용진 기자)
野 '증세' 압박…최경환, "증세 없다"
최경환 'LTV·DTI 완화' 발언…여야 '이견'
野, '안홍철 사장 사퇴' 고강도 압박
8일 열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증세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에 대한 정책검증이 이뤄졌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던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퇴진시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한 목소리로 "올해 8조~10조원의 세수결손이 우려된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의 세율인상을 할 것이냐"라고 질의하며 세수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부가가치세 1기 확정이 7월, 법인세 중간예납이 8월인데 세수진도비가 1~4월 34.4%를 기록했다"며 "국세 세입예산이 216조원인데 이를 달성할 수 있겠냐"라고 우려했다.
같은 당 정문헌 의원은 "경기가 좋지 않아 세수는 늘어나지 않는데 복지 지출은 해야 하고 국가재정이 어려워질 수 있어 증세를 해야한다는 일부 의견이 있다"며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의 세율 인상은 없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은 "세수가 안 걷히고 있다. 역대 최악이다.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불용을 한다. 이런 정부가 어디있는가"라고 질타했으며 같은 당 오제세 의원은 "재정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2년차에 46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경제활성화의 마중물로서 추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현재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추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김용진 기자)
증세와 관련해 최 후보자는 "법인세 추세를 보면 대부분의 나라가 세율을 내리고 있다"며 "일본만 해도 35%에서 20%로 내리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와 비교해서도 낮은 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려서 대기업들이 혜택을 봤다는 비판도 있었다"며 "하지만 인력투자·개발(R&D)비용 공제 등 비과세·감면 공제율도 낮아지기 때문에 법인세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 직접적인 세율 인상이나 세목신설은 없다"고 밝혔다.
세수부족 우려에 대해선 "다소간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시인한 뒤 "경제가 좋아지면 필요한 세수가 충당되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은 경제가 회복되서 세수를 걷는 것"이라고 답했다.
세수확충 방안과 관련해선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한 세입기반 확충, 세출 구조조정 등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직접적인 증세나 세율 인상, 세목신설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보다는 징세 노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좌측)은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한다는 이유로 과도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최 후보자(우측) 역시 "쥐어짜기식 세무조사는 안 된다"고 답했다. (사진=김용진 기자)
"과도한 세무조사 우려"…최 후보자 우려 '일축'
"현재 상황만 보면 추경 편성해야"
정부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의 일환으로 과도한 세무조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쏟아졌다. 최 후보자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공유 등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서 해야지 과도한 세무조사는 지양하는 것이 맞다"며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는 세원 투명성이라는 본래 취지보다는 세무조사 강화 등 징세행정을 강화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최 후보자가 무리한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하길 기업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요구했다.
최 후보자는 "정당한 세무조사는 필요하지만 소위 쥐어짜는 세무조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심을 잘 듣고 있다. 결코 무리한 세무조사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나왔다.
박명재 의원이 "경제활성화의 마중물로써 추경이 필요하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의한데 대해선 "현재 경제상황만 보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류 의원은 "세입예산을 달성의 차질이 불가피함에도 최 후보자는 지난번에 추경을 언급했다"며 "추경은 요건에 충족돼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추경을 해야 한다고는 하지 않았고 경제 전망이 악화되고 있어 추경이라도 편성해야 한다고 했다"며 "추경 편성 여부는 법적 여부, 경기상황, 재원상황과 함께 내년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 마시는 최 후보자. 최 후보자는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담배소비세를 인상하는 한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담배소비세 인상 검토·경제성장률 하향조정"
어려운 경제상황과 세입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최 후보자는 담배소비세 인상을 검토하는 한편 기획재정부가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3.9%를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담배소비세 인상은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고 세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 올릴 수 있는 시점"이라며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고 세수를 4조~5조원을 더 걷으면 좋은 방법이 아니냐"라고 제안했다.
최 후보자는 "세수를 확보한다는 것보다는 국민건강을 증진한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10여년 동안 담배값이 동결되어 왔고 국제적인 기준을 보더라도 담배가격이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기재부의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해선 "아마도 하향조정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침체와 이라크 사태 등 세계 경제가 줄줄이 하향전망을 하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최 후보자가 8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김용진 기자)
"LTV·DTI 완화 필요" vs "LTV·DTI 완화, 도박"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최 후보자의 의견에 여야 의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은 "LTV와 DTI는 한국 경제를 부동산 버블로부터 막은 효자정책이다. 최 후보자는 '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겨울이 아니다"라며 "거래량을 보면 2007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빚을 낼 여력을 주면서 빚을 없애겠다는 것은 모순이지 않느냐"라며 "실소유자들은 전세자금 대출을 지고 있는 30대인데, 이 사람들은 미래의 소비와 내수를 담보해야 할 연령대이다. 결국에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세대 간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은 "소득이 있는 사람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더 높은 금리로 빌리게 된다. 그런 부분을 배려해야만 한다"며 "결혼할 때 돈이 없으면 빚을 내는데 서민에게 문턱이 낮은 금융권 제도가 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가계부채를 심화시키지 않고 부동산 투기가 과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며 "시장을 정상화시켜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당겨줘야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부동산 투기를 일으킨다고 하는데, 이 제도를 10여년 동안 하다보니 여러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우측)는 안 사장이 최 후보자(좌측)에게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을 지적하며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추궁했다. 최 후보자는 "순수한 목적이었다"고 항변했다. (사진=김용진 기자)
野, 안홍철 사퇴 요구…최경환·안홍철 '진땀'
야당 의원들은 과거 문재인 전 대선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트위터에 비판의 글을 올렸던 안홍철 사장에 대한 사퇴를 끈질기게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안 사장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최 후보자에게 공식후원금만 860만원이었으며 총 2130만원의 정치기부금을 냈다"며 "후원금을 많이 기부한 사람이 한국투자공사 사장으로 있는 것이 적절치 않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는 여야의 결의가 있었는데 계속 눌러앉고 있다. 이는 누군가 뒤에서 봐주지 않는 한 어렵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현미 의원은 역시 "관피아를 척결하려면 '선피아(선거)'부터 당장 정리하라. 선피아의 대표선수 안 사장부터 정리하라"며 "안 사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개대중'이고, 노 전 대통령은 '놈현'이라고 했으며 성적 모욕이 가득 찬 9740건의 트윗을 했다"고 문제를 삼았다.
최 후보자는 "인사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제가 그만두게 할 입장이 아니다.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그 때 가서 생각하겠다"라며 "안 사장은 제가 대학시절에 만난 선배다. 통상 지인으로 알고 있던 후배가 정치를 한다니까 순수한 뜻으로 매달 30만원을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좌측)은 최 후보자(우측)에게 안홍철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으며 안 사장에게도 직접 사퇴를 촉구했다. 안 사장은 "제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사진=김용진 기자)
기재위 간사인 윤호중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안 사장에게 직접적으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윤 의원은 "안 사장이 한 여러 행위를 보면 정치적 편견이 대단히 심하고 정적에 대해선 뒤통수를 치는 듯한 막말을 하는 인격의 소유자"라며 "KIC는 기재위의 피감기관이다. 피감기관의 장으로서 기재위가 (안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데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지 않느냐"라고 몰아붙였다.
안 사장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침묵을 지켰고 윤 의원은 "답을 못하냐. 안 사장의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본다. 빠른 시일 내에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제가 혼자서 말씀드릴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즉답을 피했고 윤 의원은 "최 후보자가 부총리가 되면 최 후보자와 잘 상의해서 후보자의 뜻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