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 방지, 해외부동산 신고·인센티브 필요"

조세硏,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 하향조정' 제안

역외탈세 방지 방안으로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는 현행 제도에 더해 해외 부동산도 신고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해외자산 양성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윤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열린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에 참석해 "현재 금융자산에 대해서만 납세자를 다그치는데 해외 부동산의 경우 일본처럼 자진신고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강조했다.

강병구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역시 "해외 금융자산 뿐 아니라 해외 부동산 자산도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오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다.

아울러 강 소장은 입증책임을 납세자에게 지우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강 소장은 "국세청이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책임을 입증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며 "조세회피처를 통한 거래에 대한 입증책임은 납세자가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해외진출이나 해외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역외탈세, 회피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 본부장은 제도개선의 방안으로 납세협력비용을 감안해 제도를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미신고의 죄질에 따라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등을 세분화해서 적용하고 조세포탈 의도가 없는 단순 미신고자에 대해선 처벌을 경감하는 등의 안을 제시했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은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를 강화하기 전에 대대적인 사면이라는 인센티브를 주고 이들의 해외자산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조세자문부문장은 "미국도 지난달에 '해외금융계좌 납세협력법(FATCA)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파격적인 사면조치를 단행했다"며 "우리도 이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역외탈세자와 국내탈세자 사이의 형평성을 고려해 사면 정도를 조정해야 한다"며 "역외탈세가 지나치게 엄하게 처벌받는 것은 감면해주되, 국내탈세 처벌에 대해선 어느 정도 감수하도록 한다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제안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를 강화하고 자진신고자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대부분의 패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안 연구위원은 해외금융계좌의 신고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대폭 낮추고 무신고 가산세를 1.5배로 인상하는 한편, 신고기한이 지난 후 신고할 시에는 과태료 경감 적용 기간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자발적 신고의 필요성은 동의한다"며 안 연구위원의 의견에 동조한 뒤 "다만 역외탈세 부분은 우리 몸에 맞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해외재산과 해외소득을 끌어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했을 때 한시적으로 했듯이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줘야만 제도를 피해가려는 사람들이 제도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패널로 공청회에 참석한 한명진 기획재정부 조세기획관은 역외탈세에 있어서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 기획관은 "역외탈세 방지는 국내 지하경제 양성화와 마찬가지로 공평과세를 실현하고 세수를 확대해보자는 차원"이라며 "국내 지하경제는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의 사용비율이 90%가 넘어서 과표가 양성화 됐지만 국외는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에는 각 나라의 과세당국이 알고 있는 정보만 교환하도록 돼 있는데 이제는 한·미 자동정보교환협정이 내년에 시행 됨에 따라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됐다"며 "자동정보교환이 채찍으로서 여건을 조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