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양성화 관련 인원 2배↑, 출장비·활동비 '그대로'
관세청이 지난해 지하경제 양성화 인력을 두 배로 늘렸지만 출장비와 활동비 등의 예산은 전혀 늘어나지 않으면서 직원들이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에 따르면 지하경제 양성화를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직원들의 여비(출장비)와 활동비는 2012년 41억8400만원에서 2013년 42억9100만원, 2014년 43억1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하경제 양성화가 핵심 국정과제가 되면서 관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을 발족하는 등 업무 인력을 223명에서 457명으로 두 배 이상 늘렸지만 예산은 제자리 수준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같은 개념인 관세청의 관세탈루심사 여비는 2012년 10억200만원에서 2013년 10억2300만원, 2014년 10억7300만원이었다. 인력이 두 배로 늘어났지만 예산 인상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밀수조사 여비는 2012~2014년 모두 19억200만원으로 변동이 없었으며 FTA 검증여비 또한 3년 동안 2억7600만원으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밀수조사 활동비는 오히려 줄어들었는데, 2012년 9억5800만원이던 활동비는 2013년 9억4500만원, 2014년 9억1500만원으로 감소했다.
대부분의 예산이 감소하거나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친 반면 탈루심사 활동비는 2012년 4600만원에서 2013년 1억4500만원, 2014년 1억3500만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탈루심사 활동비 여비와 달리 정보수집과 정보분석 등에 소요되는 예산을 뜻한다. 밀수조사 활동비 역시 마약이나 금괴, 다이아몬드, 총기류 등의 밀수 정보를 수집하거나 분석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이다.
그럼에도 관세청은 관세조사 부문에서 2012년 1975억원이던 실적을 2013년 5367억원으로 대폭 끌어올렸고 통관단속 부문에선 2012년 87억원이던 실적을 2013년 1562억원으로 17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지하경제 양성화 부문에서 총 1조27억원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관세조사 부문에서는 관세조사 비율을 2012년 0.15%에서 2013년 0.25%로 늘리는 등 조사대상 기업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비에 대한 예산은 늘어나지 않아 직원들의 고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들은 출장비와 정보수집, 정보분석비 등이 부족해 사비를 털어 일하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눈 앞에 있는 정보를 놓쳐 거둘 수 있는 세원을 허공에 날려버리는 일도 허다하다는 후문이다.
한 예로 지난해 7월 A라는 사람이 687억원 상당의 선박매각대금을 리비아에 은닉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관세청은 합법적인 정보기업에게 A씨의 매각대금과 계좌 거래내역을 확보하려고 했었다. 정보기업은 2억원의 정보비를 요구했고 관세청은 예산이 부족해 정보를 구입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2억원의 돈을 주고 정보를 샀다면 687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은닉해 탈세를 하려했던 A씨에게 상당한 세액을 추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인원은 두 배로 늘어났는데 그에 따른 여비가 반영이 되지 않다보니 직원들이 힘들어 한다"며 "정보수집 활동비나 범칙조사 쪽은 내부고발자나 해외정보입수가 굉장히 중요한데 외부에서 볼 때는 '업무추진비' 같은 성격으로 오해해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