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전중윤 명에회장
국내 라면의 창시자이자 업계의 큰 별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이 향년 95세를 일기로 지난 10일 오후 8시 30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전 명예회장의 타계로 라면은 물론 국내 식품업계에서 이룩한 고인의 업적이 다시 한번 조명을 받고 있다. 라면은 한국전쟁 이후 만성적 식량부족에 허덕이던 60년대 당시 국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 고마운 선물이었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식생활史에 한 획을 긋고 있는 라면은 당시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고심했던 한 기업가, 전중윤 명예회장의 사명감과 열정으로 탄생됐다.
전중윤 명예회장, 남대문시장 ‘꿀꿀이 죽’ 보며 국내 최초 라면 도입 결심
전 명예회장은 60년대 초 우연히 남대문 시장을 지나가다 사람들이 당시 한 그릇에 5원하는 꿀꿀이죽을 사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것을 보고 국내 식량 자급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식량문제 해결방안으로 라면을 생각해냈고 마침내 1961년 삼양식품을 창업했다. 당시 주무부처인 상공부를 설득해 5만 달러를 할당 받고 곧바로 일본라면 제조회사 묘조식품(明星食品)을 찾아가 천신만고 끝에 기계도입과 기술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이 때 기계수입 대금으로 받은 5만 달러 중 기계 도입을 하고 남은 2만3천 달러를 다시 정부에 반납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일은 지금까지도 기업인들에게 모범적인 사례로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일화다.
◆…1963년 9월 처음 출시된 삼양라면
마침내 1963년 9월 15일 국내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을 탄생시켰다. 이어 1969년 업계 최초로 베트남 라면 수출을 시작한데 이어 1970년대에 수출이 본격화되며 세계 60여 개국에 삼양라면을 수출, 세계화에 기여했다.
대관령 목장사업 진출과 국민 식생활 발전에 기여
그는 또 1970년대 초 국민들에게 널리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하여 쇠고기와 우유의 생산 공급원인 ‘대관령목장’을 세웠다.
이 목장에서 생산된 쇠고기 등 육류를 라면 스프용으로 공급하고, 젖소를 사육해 우유와 유제품을 생산하며 우리 식생활 발전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1989년말 발생한 ‘우지사건’으로 8년여에 걸친 긴 법정투쟁에 휘말기도 했다. 고인의 끈질긴 노력 끝에 1997년 8월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받는데 성공했다. 이후 IMF 구제 금융 당시 화의경영도 무난히 극복하며 전중윤 명예회장은 조기에 경영정상화를 이루었다.
그는 또한 1990년대에는 기능성 식품, 장수 식품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라면을 제조할 때 천연원료만 고집한 생산과 안전하고 영양이 풍부한 식품공급에 노력하며 경영정상화를 향한 노력을 계속한 의지의 기업인이었다.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 발판 구축, 경영혁신 전념하면서 사회발전에도 기여
그는 또 삼양식품을 라면이외에 스낵, 유가공, 장유, 식용유, 축산업, 농수산물가공 등 식품을 중심으로 한 관련사업을 대폭 확장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서의 발판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경영정상화 이후 전 명예회장은 경영혁신에 전념을 다했다. 대관령목장의 관광단지로개발, 사업부문별 구조 조정, 수익성 제고를 바탕으로 한 내실경영 등의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2010년 3월 전중윤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장남인 전인장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했다. 그 후 전 명예회장은 월 1~2회 대관령목장을 방문했으며 독서와 집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교육, 문화 등 사회발전에도 관심을 갖고 크게 기여했다. 이건식품문화재단을 설립, 해마다 장학금 지급, 학술연구비 보조, 인재 육성을 위한 사업 등을 수행했다. 재단법인 명덕문화재단 이사장, 학교법인 성신학원이사 및 배화학원 이사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강원도 무의촌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주민에게 다양한 의료혜택을 제공한 ‘삼양대화의원’을 1978년에 설립해 15년 동안 운영하는 등 우리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을 지원사업도 펼쳤다.
전 명예회장은 이처럼 국가에 기여한 업적과 깨끗한 기업인으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2010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 그 외에도 금탑, 은탑, 동탑 산업훈장과 각종 포상을 수상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제 20호실이며 오는 14일 오전 9시 강원도 원주 삼양식품 원주공장에서 영결식을 치룬 후, 장지인 강원도 대관령목장 내 에코그린캠퍼스 선영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