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동천 '장애인 공익소송에서 대법원 파기환송 승소'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은 지난 10일 "업무 수행 중 사고를 입어 의족이 훼손된 경우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이끌어 냈다(대법원 2012두20991)고 14일 밝혔다.
태평양 공익위원회에서 수행하고 동천에서 지원한 이번 공익소송의 원고 Y씨는 1995년경 퇴근 길 교통사고로 우측 무릎 위를 절단한 후 의족을 찬 채 생활해 온 지체장애인으로 지난 2010년 12월 자신이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에서 제설작업을 하다가 넘어지면서 의족이 파손되는 사고를 입었다.
Y씨는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가 거절당했고, 이후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후 대법원에 상고했다.
태평양과 동천은 이 사건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 및 요양급여의 범위 등에 관한 법리 오해가 있다고 판단해 공익법률지원 사건으로 3심에서 Y씨를 대리했다.
이 소송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상보험금이 지급되는 업무상 부상의 대상을 생태학적 신체에 국한시켜야만 하는지 여부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보상보험금 지급 요건인 '업무상 재해'란 업무상 근로자가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을 당하는 것을 말하는데, 근로자의 업무 도중 의족이 파손된 경우에도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을 입었다고 할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태평양과 동천의 대부분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의족 착용 장애인들에게 의족은 기능적, 물리적으로 신체의 일부인 다리를 사실상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의족 파손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경우 장애인 근로자에게 한 보상과 재활에 상당한 공백을 초래하게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해석상 업무상 재해로 인한 부상의 대상인 신체를 반드시 생래적 신체에 한정할 필요가 없으며, 의족 파손을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한다면 사업자들로 하여금 의족 착용 장애인들의 고용을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업무 도중 장착한 의족이 파손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의 대상인 근로자의 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소송을 수행했던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 조원희 변호사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보건복지부장관의 고시와 국제표준기구의 보조기구 품목 분류기준인 ISO 9999: 2011에서도 의족이 신체를 대체하는 기구라고 명시되어 있고,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재해를 신속하게 보상함으로써 근로자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촉진한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매우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소송을 통해 신체보조기구를 이용해 근무를 하다가 업무상 사고로 보조기구가 훼손된 장애인들도 모두 근로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권익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의견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