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원인은 내수부진…구조조정 통해 해결 안 돼"
"비용 감소보다 수익 창출 중요…새 비즈니스 도전해야"
최근 금융권 인력 구조조정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노사정(노동자, 사용자, 정부)이 한 자리에 모여 그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와 전국금융산업노조, 전국은행연합회는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현황과 고용안정방안'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이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어 증권사와 보험사, 일부은행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이 어려울 때 구조조정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경제가 처한 문제의 핵심은 내수부진에 있기 때문에 잠깐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을 줄인다면 더 큰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도 금융권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수익성 감소를 꼽았다.
권 교수에 따르면 세계 1000대 은행의 세전 순익은 9200억 달러로 1년 새 23% 증가한 상황. 반면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2009년 3분기 이후 5년 만에 1%대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권순원 교수는 "국내 금융사의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천수답(天水畓) 영업에만 몰두하느라 핵심 경쟁력이 뒷걸음질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택담보대출에만 열을 올린 은행은 집값 오름세가 꺾이고 저금리가 장기화되자 속수무책에 처했으며, 위탁매매 의존율이 높은 증권사들 역시 같은 운명에 빠졌다는 것.
또한 보험요율을 해외 보험사에서 사오는 국내 손해보험사들과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는 금융지주회사 역시 금융산업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금융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점포비용의 무조건적인 축소보다는 점포 영업력을 극대화시키고 금융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이를 위해 영업시간 및 영업일의 조정이나 인스토어 점포(쇼핑몰, 백화점 등에 입점하는 점포) 보급 등을 통해 일반인들의 점포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 역시 "최근 금융권 경영악화는 오버뱅킹, 비용과다 문제 보다는 저성장, 고령화, 창조와 혁신, 해외진출 등의 추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비용을 더 줄이는 것보다는 수익을 늘리는 것이 훨씬 중요하며, 중소·벤처기업 금융이나 해외진출 등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공광규 금산노조 실장은 과도한 인력감축 대신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의 노력을 통해 지속성장의 기반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공광규 실장은 "IT 등 인력이 추가 필요한 부분을 충원한 골드만삭스와 영업인력을 확대해 점포 영업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채택한 웰스파고은행과 같은 사례를 한국 금융권이 참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형우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은 "금융산업도 결국은 노동시장이다. 수요와 공급이 함께 작용하는 곳"이라며 "결국 자구노력과 혁신이 필요하다. 규제개편과 합리화를 통해 산업이 자기 힘으로 새로운 영역을 만들며 발전할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크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여러 산업분야에서 구조조정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년 60세 시대를 맞아 미리 임금체제 개편하는 노력이 금융권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모델이 다른 산업에도 전파돼서 오래 일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최근 금융업이 위험관리 측면에서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며 "당분간 수익성 회복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부가 가진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당분간 노사 간의 합심을 통한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IT나 보안부서 등으로의 전환배치 등을 해야한다"며 "금융산업에서도 해외진출, 중소벤처금융 쪽으로 금융업의 중심이 이동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