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받고 있다' 응답 학생의 54% '수능 대비' 꼽아
수능>내신>논술>서류준비 순 사교육비 많이 들어
월 사교육비 '70만원 이상' 일반고 20%, 특목고 50%
백약이 무효다.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한국교육방송(EBS) 강의·교재 간 연계율을 70% 이상으로 유지하고, '물수능'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출제 난이도를 낮췄지만 여전히 학부모와 학생들은 '수능 준비'에 가장 많은 사교육비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가 입시전문 진학사와 함께 전국 고교생 300명(일반고 257명, 자사고 21명, 특목고 10명, 특성화고 등 기타고 12명)을 대상으로 '수험생 사교육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8%(203명)의 학생들이 현재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110명)는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영역으로 '수능'을 꼽았다. 이어 △내신 36%(73명) △논술 3.9%(8명)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전형) 준비 3%(6명) 순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2005년부터 10년째 수능과 EBS 강의의 연계율을 70% 이상 유지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출제 난이도를 낮춰 '쉬운 수능'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사교육 수요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난이도 하락으로 변별력이 사라져 1~2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상황이 되자 상위권 학생들도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학원을 찾기 때문이다.
◇ 자사고 '내신' 특목고 '수능' 투자 많아
고교 유형별로 살펴보면 일반고생들은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영역으로 △수능 56% △내신 37% △논술 3% △학생부종합전형 3% 등을 꼽았다. 이에 비해 자사고는 내신이 44%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수능 39% △논술 6% 순으로 나타났다. 특목고는 △수능 50% △내신 17% △논술 17% △입학사정관전형 17%로 조사됐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 비중은 자사고가 86%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기타고 75%, 일반고 66%, 특목고 60% 순이었다.
이는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여전한 가운데 점차 내신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상위 50% 이상의 학생들이 포진한 자사고의 경우 내신 경쟁이 일반고보다 치열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위권 학생들이 많은 특목고는 수능에 대한 사교육 투자가 많은 가운데 내신·논술·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대비를 고르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자사고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 특목고에 비해 수능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내신에서 점수를 따려는 것"이라며 "이에 비해 특목고 학생들의 경우 내신은 상대적으로 점수 따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또 "이전에 비해 상위권 수험생들이 더 많은 사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는 상위권 대학에 대한 입학 선호도가 고착화되고 '쉬운 수능'의 영향으로 실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며 "과거보다 입시 제도가 많이 보완됐는데도 수시 전형의 다양성 등으로 사교육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사교육 안 받는 일반고 41% "비용 때문에"
이어 한 달 사교육비 지출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30만원 이상~50만원 미만'이 29%(59명)로 가장 많았으며 '70만원 이상' 이 24.1%(49명)로 그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10만원 이상~30만원 미만'은 19.7%(40명), '50만원 이상~70만원 미만'은 16.7%(34명)로 집계됐다. 특히 '70만원 이상'의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학생은 일반고에서는 20%에 불과했으나 자사고에서는 44%, 특목고에서는 50%나 차지했다.
사교육을 받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42%가 '학교 수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또 다른 42%는 '부족한 부분을 효율적으로 보충할 수 있어서'란 이유를 꼽았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34%는 '학원'을 선택했고, 19%가 '인터넷 강의+학원' 형태를 꼽았다.
반면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들은 39%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고교유형별로는 일반고와 기타고에서는 이 같은 답변이 각 41%, 67%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자사고에서는 '자기주도학습이 더 효율적이어서', '학교에서 받는 공교육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등의 이유가 각 33%로 나타났고, 특목고에서는 '자기주도학습이 효율적이어서'가 50%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