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둘러싼 기조가 심상찮다.
지난 17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직(職)을 걸고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은 두 은행 간 통합 논의가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국면에 들어섰음을 암시하는 대목.
과거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우리금융 민영화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김 행장의 의중이 엿보이고 있다.
더구나 발언이 나온 시점 역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이사회에서 조기통합 안건을 긴급발의로 올려 논의한 직후이기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서민금융제도 개선방안'의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서민금융을 총괄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이 신설되며, 기존 서민금융기관들끼리의 통합 및 업무조정 논의가 뜨거워질 전망이다.
□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 논의…변수는 노조 =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지난 17일 저녁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조기통합은 조직과 임직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인식하고 제 모든 것을 걸고 성실하게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이 "이제 통합 논의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며 군불을 지핀지 정확히 2주 만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향후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하기로 했지만, 2년 여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당시 체결한 '2.17 합의서' 내용에서 벗어나는 결정이지만, 양 은행 간 통합만이 비용절감과 수익상승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금융의 입장.
비용절감 및 수익증대 시너지가 5년간 연평균 총3121억원이며, 예정보다 3년 빨리 조기통합을 이뤄낸다면 약 1조원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편, 이로 인해 외환은행 노조가 합의서 이행을 촉구하며 반발할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
같은 날, 노조는 성명을 통해 "외환은행 경영진의 합병추진은 2.17 노사정 합의 위반 및 은행경영포기 선언과 다르지 않다"며 "경영진의 대직원 협박에 대해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혀 향후 파란을 예고했다.
□ 서민금융 총괄기구 내년 출범…"한 자리서 종합지원" = 서민의 금융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총괄기구가 설립될 예정이다.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협의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그동안 국민행복기금, 신용회복위원회, 미소금융중앙재단이 나눠서 담당하던 업무를 내년 안으로 출범할 예정인 '서민금융진흥원'에 이관시킨다는 것.
다만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관련 업무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탁하며, 신복위와 휴면예금관리재단은 의결기구로서 별도 존치된다.
쉽게 말해 신복위의 채무조정 결정 기능과 휴면예금관리재단의 휴면예금 원 권리자 보호기능은 그대로 두되, 기관장 및 업무조직만 통합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 장소에서 가장 적합한 서민금융 지원상품을 상담 받을 수 있고, 최종지원까지 가능하다"며 "서민금융 상품과 현장 조직 등이 통합 운영됨에 따라 한정된 재원이 중복지원 되는 문제를 해소하고 경비도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햇살론, 새희망홀씨, 기타 소액대출 등으로 각기 명칭이 달랐던 서민금융 지원상품 브랜드를 '햇살론'으로 통일시켰다. 소비자가 비슷한 이름의 상품을 비교하면서 발생할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햇살론 상품을 크게 네 종류로 나눠 '햇살론1'은 일반 생활 안정 자금을, '햇살론2'는 전환 대출 및 재난 피해자 특별자금을 지원하는 식이다. 또 '햇살론3'는 고용·주거 지원 상품으로, '햇살론4'는 성실 상환자 지원 상품으로 분류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