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에는 세월호 참사라는 엄청난 충격에서 어떻게 벗어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곳 안산지역은 다릅니다.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학생들이 이곳에 집중된 이유도 있지만, 이곳은 아직 그 때의 사고 당시의 애도분위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변판석 안산세무사회 회장이 부가가치세 신고를 위해 안산세무서 신고창구를 찾은 세월호 피해납세자에게 무료세무상담을 해주고 있다.
21일 2014년 부가가치세 확정 신고기한에 임박해 일선세무서 신고현장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조세일보>가 찾은 안산세무서 주변은 온통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가 사위를 내리누르고 있었다.
안산세무서에서 불과 1㎞ 내외에 근접해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의 합동분향소 때문인지 세무서 주변 곳곳의 거리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등 수많은 단체들이 걸어 놓은 플랭카드와 현수막들로 도배돼 있었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참사가 벌어진지 100일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이곳 분위기에선 어느 누군가 용감하게 “이제 저 현수막들을 걷어내고,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손을 들고 나서는 것은 내심 엄두조차 내지 못할 상황.
이날 세무서를 찾은 한 납세자는 “애도분위기가 석 달 넘게 유지되다 보니 지역경제가 너무나 죽었다”며 “지인들과 저녁자리를 가급적 이곳에서 하고는 있지만, 자칫 누군가 실수로 ‘건배’라도 외칠까봐 식사만 할 뿐 술은 아예 시키지도 않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납세자는 “그런 난리가 났으니 처음엔 장사가 좀 안되겠다 싶었다”며 “그런데 석 달 넘게 소비침체가 지속되다 보니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이곳 상인들도 처음엔 간접적 피해는 어쩔 수 없다 했는데, 이젠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 안산세무서도 세월호 사고의 직·간접 피해를 본 사업자들을 위해 다양한 세정지원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5월 종합소득세에 이어 이번 부가가치세 확정신고에 대해서도 법이 정한 최대 9개월까지 납부기한을 연장하고, 간접피해자 및 전세버스 운송업·숙박업 등 민생취약 업종 사업자가 납부기한 연장 신청을 하면 적극 납기연장을 해 줄 방침.
이와 함께 일반적인 경정청구의 경우 2개월 내 과오납환급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실관계만 확인되면 중소기업 등에 대해 1개월 내 조속한 처리와 함께 단순 착오 등으로 과다 납부한 환급금을 최대한 조기에 지급해 주고 있다.
이영모 안산세무서장은 “세월호 애도분위기로 지역경기가 돌아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상공회의소 등을 중심으로 체육대회와 회식으로 분위기전환 노력을 한다. 국세청도 나름대로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중부·안산세무사’…부가세 신고현장에서 ‘무료 세무상담’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애도분위기의 장기화가 안산지역에 집중되면서 피해사업자들이 속출하자, 사업자들의 영원한 ‘세무도우미이자 동반자’인 중부세무사회와 안산세무사회 소속 세무사들이 피해사업자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일어섰다.
안산세무사회를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세무사회가 안산세무서 부가가치세 신고창구 옆(안산세무서 2층 소회의실)에 ‘세월호 피해 사업자에 대한 세정지원 창구’를 마련하고, 이곳에 출장나와 세월호와 관련된 피해사업자를 대상으로 무료 세무상담서비스에 나선 것.
부가가치세 신고기한 마지막날인 25일까지 운영될 세정지원 창구에는 안산세무사회 소속 세무사 120명 가운데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세무사들이 2시간씩 교대로 무료 세무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
실제로 이날 세정지원 창구에는 정범식 중부지방세무사회장과 변판석 안산세무사회장을 비롯해 세무법인 KNP 박상균 대표 세무사 등이 참석, 무료상담은 물론 부가세 신고창구를 찾은 납세자들에게 번호표를 뽑아주고 안내하는 등 ‘세심한 도우미’로 나섰다.
중부세무사회 정범식 회장은 “안산지역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심리적으로 크게 가라 앉아 있다. 세월호 참사초기에는 공황상태였는데 점차 소비감소로 이어져 지금은 사업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지역상황에 대해 안타까와 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정부차원에서 나름대로 세정지원 등 지원을 하겠지만, 세무사가 하는 일은 세금관련 서비스다”며 “중부지방 세무사로서 단 1명의 피해업종 납세자라도 돕자는 차원에서 세정지원 창구를 운영하게 됐다. 안산세무사회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안산세무사회 변판석 회장(월드세무회계 대표 세무사)은 “피해 사업자들에게 혹시라도 마음에 위로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무료상담을 시작하게 됐다”며 “납세자들이 세금문제를 잘 모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일 뿐이어서 하는 것일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세무법인 KNP 박상균 대표 세무사도 “이 지역은 전국을 대표하는 분향소가 설치돼 조문분위기가 줄지 않고 있다”며 “애도분위기의 장기화가 매출감소로 이어져, 다양한 업종들이 간접피해에서 직접피해로 피해범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중부지방세무사회와 안산세무사회의 지역 납세자들을 향한 온정의 봉사활동에 세무서도 반색을 하며 고마워하는 모습.
이영모 서장은 “세무사들이 요즘 부가가치세 신고업무로 정말 바쁜 시기인데, 자기 일을 다 제쳐두고 세무상담과 세무자문까지 무료로 해주니 너무나 고맙다”며 “납세자들의 어려움에 팔짱을 끼지 않는 세무사는 국세청의 가장 든든한 세정동반자”라고 치켜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