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로 위장해 정품시가 447억원에 달하는 짝퉁 명품을 밀수한 일당과 이들을 도운 관세사 등이 관세당국에 붙잡혔다.
관세청은 지난 5월27일부터 자가소비를 위장한 개인용 수입물품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짝퉁 명품 3만5000점을 밀수한 일당을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도용해 중국산 위조 해외유명상품 3만5000점, 시가로는 447억원 상당에 달하는 물품을 밀수했으며 택배회사 대리점 대표 등을 포함한 15명은 관세법, 상표법 등을 위반해 검찰에 송치됐다.
이번 특별단속은 지난 6월 전자상거래물품 수입통관 절차 간소화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통관절차의 간소화를 악용한 위조 상품 불법 반입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위조 상품 구매·통관·배송·국내 판매 등 유통 단계별로 각자 독립적 역할을 담당하는 점조직 형태로 이뤄졌다.
국내 위조상품 판매업자(실제 화주)인 S씨 등 7명이 중국 공급책에게 물품을 주문하고 대금을 송금하면 중국 공급책은 중국 항공화물 특송업체에게 중국에서 한국까지 국제운송을 맡겼다.
관세사 사무원 H씨 등 3명에게는 도용된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명의로 수입통관을, C택배회사 대리점 대표 S씨에게는 실제로 받을 사람(화주) 명단을 주고 국내 배송을 각각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관세사 사무원 H씨 등은 김포국제공항 보세창고에 물품이 반입되면 중국 공급책이 보내준 도용된 주민등록번호를 이용, 다른 사람 명의로 세관에 허위신고해 마치 실제 수입자가 구매한 자가소비용 물품인 것처럼 수입통관했다.
국내 택배회사 대리점 대표 S씨는 통관된 물품을 보세창고에서 반출해 경기도 일산시 소재 개인 비밀창고로 옮겨 중국 공급책이 요청한 대로 실제 화주별로 배송처를 나눠 재포장한 다음, 자신이 운영하는 택배회사가 아닌 다른 택배회사 또는 용달차를 이용해 배송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S씨는 이에 대한 대가로 4개월 동안 9500만원의 수수료를 부당하게 취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짝퉁 명품 밀수는 해상운반 컨테이너에 정상화물로 위장해 일시에 대량 밀수하던 형태였지만 이번 사건은 해외직구 등이 급증함에 따라 항공운송을 이용해 개인화물인양 소량으로 분산 통관하는 수법을 사용했단 것이 특징이다.
개인정보를 도용할 때도 과거에는 지인들의 명의나 주소를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공급책이 제공하는 도용된 개인 명의로 분산 수입 통관한 후 다시 실제 화주별로 모아 재포장(묶음배송) 해 택배회사를 바꿔 배송하는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했다.
아울러 관세청은 세관 통관 과정에서 관세사 자격없이 통관업을 영위한 관세사 사무원 P씨 등 2명과 이들에게 무자격 통관업을 할 수 있도록 관세사 명의를 대여해 준 관세사 K씨 등 2명을 추가로 적발해 불구속 입건했다.
L관세사 사무원 P씨는 2010년 1월부터 2014년 6월까지(54개월) 무자격 통관업을 영위해 45억원 상당의 통관수수료를 부당하게 챙겼고 S관세사 사무원 L씨는 2011년 3월부터 2014년 6월까지(40개월) 무자격 통관업을 영위해 12억원 상당의 통관수수료를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와 같은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2009년 이후 수입 통관한 특송화물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에서 들어오는 김포·인천공항 특송화물이 급감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풍선효과 등을 차단하기 위해 통관심사 및 단속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