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로 침체된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소속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기업에게 직접적인 세제혜택을 주는 대책을 들고 나왔지만 여론은 시큰둥한 반응 일색이다.
24일 기획재정부는 '201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서민과 중산층의 주머니 사정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계소득확대세제'(가칭)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가계소득확대세제란 기업이 일정 기준 이상 소속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해주면 임금 상승분에 대해 일정수준의 세액공제(법인세)를 해준다는 것이 기본 뼈대다.
구체적으로 당해연도 평균임금 증가율이 직전 3년 평균 임금상승률보다 높으면 이를 초과하는 임금상승분에 대해 10%(대기업은 5%)의 세액공제를 해주며 평균 임금 산정시 임원이나 고액연봉자 등의 임금은 제외한다.
기재부는 이를 내년부터 도입해 2017년까지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근로자의 임금 인상분에 대해 직접적으로 세제혜택을 주는 만큼 기재부는 가계소득 증가 및 소비활성화가 연동되어 내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 근로자만 과실을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와 더불어 실효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직장인 주머니 채워 내수활성화? = 기본적으로 경기가 어려워지면 가계에서는 외식비와 의류 구입비 등의 지출을 줄이고 내수는 침체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기재부는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활성화를 한다는 방안을 선택했고 이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내용이지만 문제는 정책효과의 '불확실성'에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0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상승했지만 평균소비성향은 전년 동기 대비 0.5%p 하락한 74.5%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찍은 것이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가능 소득에 대한 소비지출액을 뜻하는 것으로 처분가능 소득이 100만원이라면 올해 1분기에 국민들은 74만5000원을 소비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통계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감 등으로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노후대책 불안, 고용불안, 치솟는 물가 등으로 인한 불안감이 처분가능한 가계소득을 일종의 '안전망'으로 묶어놓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를 바꿔 말하면 기업이 가계소득확대세제를 받기 위해 근로자의 임금을 10만원 인상했다고 해서 그 근로자가 10만원을 그대로 지출할 것이냐는 점에는 의문부호가 찍힌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 日 유사한 제도, 우리나라 성공 가능할까 = 가계소득확대세제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해선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득확대 촉진세제라고 불리우는 일본의 제도는 당해연도 근로자 임금상승률이 기존보다 3~5% 인상되면 임금증액분의 10%(중소기업 20%)를 법인세 10% 한도 내에서 공제하는 제도이다.
이와 더불어 일본은 신규 고용비율이 10% 이상이고 5명 이상(중소기업은 2명 이상)을 고용했다는 요건을 충족하면 법인세 10%(중소기업 20%) 한도 내에서 신규 고용 1명당 40만엔의 법인세액을 감면받는 고용촉진세제도 시행 중에 있다.
일본 기업은 두 가지의 세제혜택 중 하나만 선택이 가능하다.
이 제도는 2011년 도입, 3년 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는 전제 하에 시행됐지만 일본이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일몰 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결국 이 제도는 지난 3월 연장이 결정됐다.
일본에서는 2012년 이후 3년 연속 대졸 채용 내정자 수가 증가하는 등 비교적 이 제도가 잘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일본의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도 근로자 임금 인상에 대해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법인세 과표구간은 2억원 미만·세율 10%, 2억~200억원 이하·20%, 200억원 초과·22%를 적용받는다. 문제는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과표 2억원 미만 구간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세액공제는 소득공제와 달리 내야 할 세금에서 깎아주는 것으로 납부할 세금이 적다면 그만큼 공제액도 줄어들게 된다. 결국 내야 할 세금이 적은 중소기업보다는 납부해야 할 세금을 많은 대기업과 소속 근로자들만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인 셈이다.
□ 사내유보금 과세 '면피용'(?)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의 취임 일성은 부동산 규제 완화 외에도 '사내유보금 과세'였다. 이중과세와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기재부는 사내유보금 과세(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해 기업 배당을 촉진하고 근로자 임금을 인상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을 밀고 나갈 태세다.
기재부는 사내유보금 과세라는 채찍 뿐만 아니라 '가계소득확대세제'라는 당근도 함께 제시하면서 기업들이 근로자 임금을 인상하도록 유인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가계소득확대세제를 기업의 인센티브로 제시하면서 사내유보금 과세 반발 여론을 무마시켜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더불어 가계소득확대세제가 인센티브로 작용하기에는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 도입을 목표로 입법 작업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제도라는 한계점도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은 법인세 과표 2억원 미만 구간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것이 별로 없다. 월급만 올려주고 세금혜택은 제대로 못 받을 수 있다"며 "가계소득확대세제의 수혜는 대부분 대기업이 받을 것이다. 까딱하면 중소기업은 근로자 임금만 올려주고 세제혜택을 못 받아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사내유보금 과세나 가계소득확대세제는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시켜준다는 면에서 일부 목적이 비슷하긴 하지만 사내유보금 과세 자체가 이중과세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사내유보금 과세라는 제도의 인센티브로 가계소득확대세제를 얘기하려면 이것이 기업에게 제대로 된 혜택을 줘야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