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득환류세제'로 명칭 변경, 패널티 성격은 그대로
과거분 유보금 과세대상 제외…중소기업 유보금도 제외
2년 유예기간 설정, 2017년 작동…10~15% 세율 검토
"그동안 기업들이 과도하게 쌓아둔 사내유보금은 과세대상이 아니다. 앞으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일정수준 이상 인건비·투자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해당 금액(유보금)에 대해 과세하겠다."
정부가 사내유보금 과세와 관련한 정책기조를 확립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명칭을 붙여 당해연도 발생 이익의 일정부분을 투자, 임금인상, 배당에 활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미활용액'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일정기간 내에 투자, 임금증가, 배당 등의 재원으로 활용할 경우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 해당 과세방침을 내달 발표되는 세제개편안에 포함시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 "돈 쌓아놓지 말고 써라" = 일단 거센 반발을 의식한 듯 지금까지 축적된 사내유보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했다. 앞으로 발생하는 기업이익의 일부분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기재부는 당해연도 발생한 기업의 당기순이익에서 투자나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으로 활용하지 않고 쌓아둔 금액(미활용액)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세수확보 차원의 조치가 아닌 기업의 투자나 근로자의 소득 증대 일환으로 유도하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자기자본 일정규모 이상 법인이 과세 대상이며, 중소기업은 제외시켰다.
궁극적인 타깃은 '대기업'인 셈이다.
다만 '과세칼날'을 바로 갖다 대지 않는다. 과세유예기간을 2년으로 설정했다. 투자, 임금증가, 배당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남은 금액이 과세대상이 되지만 기업들이 미활용액에 대해서 '적립금'으로 설정해 일정기간(2년) 내에 투자, 임금증가 등의 재원으로 쓸 경우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가령 해당 과세방침이 국회 논의테이블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내년 발생하는 유보액에 대해서 2년의 유예기간을 갖게 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과세권이 작동되는 시점은 오는 2017년이 된다.
과세표준 산정 베이스가 되는 투자액·임금증가액·배당액 비율에 대한 기준은 검토 중이다. 세율 또한 검토 중이다. 법인세율이 아닌 10~15% 수준의 단일세율로 부과할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제도의 틀만 도입한 후 2년 동안 기업들이 당기순이익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지켜보고 구체적인 세율 등 과세방안을 내놓겠다는 눈치다.
특히 사내유보 과세라는 반발여론을 피하기 위해 과세표준을 최대한 낮추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투자나 임금인상으로 쓰고 남은 적립금에 대해서는 기업의 경영사정을 고려해 '플러스알파'의 개념을 도입, 과세대상이 되는 금액을 낮춘다는 것이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은 "기업 사정에 따라서 투자나 임금증가나 배당액을 일률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단일산식으로 하지 않고, 몇 개의 산식을 주고서 (기업들이)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둘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 결국 사내유보 '패널티성' 과세 = 정부는 이번 과세방침이 과거 시행됐던 사내유보금 패널티나 다름없던 '적정유보초과소득 과세제도(이하 유보초과과세)'와는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일정수준 이상 인건비나 투자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도록 하는 것이고, 유보초과과세는 비상장대법인들의 과다한 유보를 통한 소득세 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과세방식도 다르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이 투자나 임금인상 등으로 활용하고 남은 금액에 대해서 과세를 하는 반면, 유보초과과세는 각 사업연도의 유보소득이 적용유보소득(이익금 60%)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한 금액에 15%의 세율을 적용해 과세했다.
지난 1999년 당시 IMF가 기업 재무구조 악화이유로 적정유보초과소득 과세 폐지를 권고함에 따라 유보초과과세를 도입한지 11년만인 2001년에 제도는 없어졌다.
차이점은 존재하지만 기업이 쌓아둔 이익금에 대해 세금을 물리겠다는 측면에서 매한가지다. 사실상 사내유보금 과세제도 '부활'인 셈이다. 더욱이 유보금 활용에 대해 기업의 자율성이 훼손되거나,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되는 상황이다보니 재계의 반발이 상당한 상황이다.
특히 이중과세 논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해외 유보소득 과세 사례를 들며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미국의 경우 일반법인을 대상으로 배당소득세 회피의도의 목적으로 과다 유보 시 과다유보액에 20%의 세율로 추과 과세하고 있다.
또 일본은 소수 개인주주로 구성된 법인(동족회사) 주주의 배당소득세 회피 방지를 위해 과다 유보금액의 일정비율을 누진세율(10~20%)로 추가 과세하고 있으며, 대만은 초과 사내유보금(납입자본금 등을 초과한 유보액)에 대해 15%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문창용 조세정책관은 이와 관련해 "새로운 형태의 유보금 과세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판단하기에는 기존에 유보금 과세제도하고는 좀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유보금 과세라는 표현보다는 새로운 네이밍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