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제 잘못이고, 모두가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로 생각합니다. 다만 사실관계와 저의 진정성을 잘 살피셔서 억울함을 없게 해주시길 부탁합니다.…"
1600억원대의 조세포탈 및 횡령,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2심이 진행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항소심 최후변론에서 진술한 말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재판장 권기훈 부장판사)는 14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5명의 최후변론을 듣고 결심하면서 오는 9월 4일 선고를 예고했다.
이 회장은 최후변론을 통해 자신과 함께 기소된 직원들에게는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재판장님, 살고 싶습니다. 살아서 제가 시작한 문화 사업을 포함한 CJ의 여러 미완성 사업을 반드시 세계적인 글로벌 산업과 기업으로 완성시켜야 합니다"라며 진술을 이어갔다.
잠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 회장은 "이것이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며, 길지 않은 저의 짧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제 건강, 제 책무, 제 진정성을 깊이 고려하셔서 최대한의 선처를 간곡히 간청드립니다"라며 진술을 마쳤다.
이에 앞서 검찰은 이재현 회장에 대해서 "대한민국이 없다면 CJ그룹이 없다. 대한민국의 존립 근거는 국민의 세금"이라며 "CJ와 같은 회사가 투명하게 세금을 내야 대한민국이 잘 될 수 있다"며 "500억원이 넘는 조세를 포탈하고, 600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한 이 회장을 엄히 처벌해 달라"고 최후 의견을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1100억원', 신동기 피고인에게 '징역 4년, 벌금 1100억원', 성용준 피고인에게 '징역 3년, 벌금 550억원', 배형찬 피고인에게 '징역 3년', 하대중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각 구형했다.
반면 변호인들은 최후 의견을 갈음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원심 판결의 부당성과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변호인은 특히 부외자금 조성 자체가 횡령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가면서 반박했다.
변호인은 원심에서 검찰의 기소내용을 아무런 증거 없이 유죄로 인정한 잘못을 범했다며, 검찰측은 부외자금이 사적용도로 사용됐다고 주장만 할 뿐,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강조해 반박했다.
변호인 이어 "13일 이 회장에 대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다"고 밝히면서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면역억제제 투여를 제대로 못할 정도로 악화됐다"며 "CMT(사르코마리투스병) 증상인 말초 근육이 오그라드는 증상이 악화되고, 이것이 다시 면역력을 악화시키고, 신장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다"며 재판부에서 이 점을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휠체어에 수액을 2개 꽂은 상태로 법정에 출석해 시종 힘든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