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선서하는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 =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자신이 그려나갈 국세행정 운용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특히 임 후보자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청렴성을 제고하고 납세자 소통 강화 차원에서 현장 인력 강화 등을 천명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18일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이하 임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가운데 국세청 안팎에서는 새로운 국세청장의 국세행정 운영 방향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임 후보자가 국세청장 후보자 지명 직후, '균공애민(세금을 고르게 하여 국민을 사랑하라)' 정신을 모토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철학적 접근법에 불과했고 이를 어떤 형태로 현실 국세행정에 접목시키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인사청문회 증인석에 선 임 후보자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모두발언 속 구석구석에 '임환수 국세청'이 나아갈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해 놓았다. 특히 임 후보자는 빠르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짧고 간결한 문장 속에 결코 작지 않은, 커다란 '변혁'의 힌트를 남겨놓았다.
□ 국세청 인력구조 '지각변동' 오나 = 2014년 6월 현재 국세청 총 정원은 1만9855명. 이중 20% 가량의 인력이 본청과 6개 지방국세청에 배치되어 있다.
본청과 지방국세청(조사국 제외) 각 국실의 역할은 세무행정 집행에 필요한 각종 기획 및 지원 업무가 대부분. 집행기관으로서 기획 및 지원업무에 다소 과다한 인력이 충당되고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 후보자는 '본·지방청 슬림화'를 제시했다.
임 후보자는 "납세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본·지방청을 슬림화해 세무서 현장인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임 후보자의 발언은 여러가지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육아휴직 등으로 일선 현장에 배치된 직원 상당수가 빠져나가면서 일선 세무서는 규모 여부를 떠나 적지 않은 인력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초 일선 세무서 인력 400여명을 뽑아올려 본·지방청 세무조사 및 체납징수 업무에 투입하면서 일선 세무서 인력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추징실적'을 쫒는 무리한 세무조사가 남발됐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임 후보자의 본·지방청 슬림화는 이처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만들어진 각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고 있다.
아울러 '외과수술식 세무조사' 철학을 가진 임 후보자의 세무조사 인력 '정예화' 발언도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재배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준법세정 파트너, '납세자보호담당관' = 임 후보자는 국민과 함께하는 세정, 공평세정을 비롯 '준법세정'을 국세행정 운영 철학의 하나로 제시했다.
법과 원칙의 준수로 부실과세와 정치적 중립성 시비 문제 등을 모두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잘못된 과세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 '애매하면 일단 과세 한다'는 식의 행정 편의적 과세관행도 과감히 고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준법세정의 견인차 역할로 임 후보자는 '납세자보호담당관'을 선택했고, 그에 걸맞는 '역할'의 확대를 예고했다. 임 후보자는 "납세자보호담당관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외부에 문호도 개방, 세무조사의 '준법감독관'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세청은 본청 납세자보호담당관(고위공무원급) 및 부산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4급 상당) 등 일부 직위에 대해서만 개방형 직위로 지정, 외부인 채용의 길을 열어놓았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외부 문호 개방 천명의 숨은 뜻과 관련, 각급 관서에 설치된 납세자보호담당관 직위 중 일부 또는 상당수에 대한 점진적인 개방형 직위 전환이 검토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독립성 강화를 위한 권한 위임 등 제도적 장치 마련도 추가로 검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세청 조직 생리상 단순히 '외부전문가'라는 점만 가지고는 독립성이 확보됐다고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국세청 내부의 여론이다. 오히려 경직된 조직문화로 인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외부전문가들의 '커리어 관리'를 위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부정적 인식도 조성되어 있는 형편이다.
이에 임 후보자가 납세자보호담당관을 '준법 감독관'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제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임환수의 탕평(蕩平), 국세청 변혁 '원동력'되나 =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탕평(蕩平)인사'로 요약되는 새로운 국세청 직원 사기진작 방안 시행을 천명한 대목이다.
임 후보자는 전통적인 국세청 인사의 기준인 지역과 임용구분이 아닌 '능력과 평판'을 기초로 한 탕평인사로 조직의 대화합을 이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열심히 일하면 최고위직까지 갈 수 있는 '희망 사다리'를 구축하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이는 중대한 인사상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풀이가 흘러나오고 있다.
국세청 인사의 고질적 불만요인이나 다름없는 '지역편중' 및 '임용구분 편중(행시 출신 우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세청 내부에서는 전임 국세청장들의 지나친 행시 출신 우대 인사에 대한 불만여론이 팽배하다. 대놓고 말은 못하는 상황이지만 능력이 부족한 일부 인사를 높은 업무능력을 요구하는 직위에 중용하고 승진까지 시키는 등 현 김덕중 국세청장의 인사운용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는 형편이다.
탕평 인사 현실가능성 여부를 떠나 임 후보자가 이 같은 장막 뒤에 내재된 문제를 명확하게 짚어내고, 짧지만 강렬한 개선의지를 표출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임 후보자는 평소 지역과 임용구분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부하직원들을 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비고시 출신 중 능력있는 인물을 더 가까이 두며 일을 맡기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세청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인사운용 틀에 눈에 띄는 변혁이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 고강도 '수신(修身)', 국세청 철문 더 두터워 지나 = 임 후보자가 내세운 임환수 국세청호의 캐치프레이즈는 '세금을 고르게 하여 국민이 신뢰하는 세정'으로 요약된다.
임 후보자는 실무진으로 참모진으로 30년 동안 누비며 "국민의 신뢰가 없는 세정은 아무리 정당한 일을 해도 설 자리가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국민신뢰를 확보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그는 '청렴성 제고'를 꼽았다.
실제로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도 흠집이 나지 않은 그의 깨끗한 이력서를 감안할 때 국세청장으로서 그의 행동반경도 상당히 제한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 후보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로 '외부에 설명되지 않는 인간관계나 만남'을 갖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김덕중 현 국세청장이 정립한 국세청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한 행동강령(기업인 등 사적접촉 금지원칙)의 틀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 후보자가 젊은 시절 '세풍사건'에 연루, 몰락한 임채주 전 국세청장을 곁에서 지켜보며 정치적 중립 등 사익추구가 개인 및 조직에 몰고 온 부정적 파장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감했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본인은 물론 국세청 직원들에 대해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신(修身)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