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넘게 지연된 KB 제재심 중징계→경징계 경감
동양 사태 계열사들 검찰행(行)…현재현 회장 15년형
무려 3개월 이상을 끌어온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제재가 지주회장과 은행장의 경징계로 일단락됐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21일 오후부터 새벽 1시까지 11시간 가까운 회의 끝에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당초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공언했던 당국의 체면은 땅바닥에 떨어졌으며, 이에 따른 책임 또한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20일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과 동양레저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1년 동안 증권 발행이 금지되며, 3년 동안 외부감사인을 지정 받아야 한다.
□KB·하나 집안 갈등…은행권 들썩= KB금융그룹은 올 초 신용카드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둘러싸고 경영진이 갈등을 겪었다. 금융감독원은 당초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두 사람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으나 수차례 제재심의위가 연기된 끝에 경징계로 수위가 낮아졌다.
제재심의위 관계자는 "두 CEO가 내분 사태로 물의를 일으키고 은행의 평판을 훼손한 점은 인정되나 중징계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노조가 정치권 개입과 로비설 등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향후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 주전산기 교체 건으로 힘 겨루기 양상을 보여 주었던 KB금융과 국민은행 경영진의 내홍이 수면 위로 재차 떠오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많은 상황이다.
최종 결정은 금감원장이 확정한다. 금감원장이 규정상으로는 제재 수위를 변경할 권한이 있지만 이를 행사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문제도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7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불을 지핀 조기통합 논쟁은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조기통합 선언을 하며 본격적인 절차를 밟아 나가기로 하며 상당한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2012년 노사정 합의를 통해 외환은행의 5년간 독립경영을 약속한 것을 뒤집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
외환은행 노조는 20일 본점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며 강력 반발하며 하나금융과 함께 인가권을 가진 금융위원회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당국은 두 은행의 조기 통합은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사정 합의가 아닌 노사간 합의에 당국이 단지 입회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혀 논란도 예상된다.
두 은행은 다음 주 이사회를 열어 통합 계약서를 승인하는 등 통합작업에 가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동양 사태 계열사들 검찰행, 현재현 회장 15년형=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대규모 피해를 양산한 동양 사태 이후 관련 계열사들이 속속 검찰에 고발되고 있다.
금융위 증권선물위는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이 2008년과 2009년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파생상품 부채를 누락하고 대손충당금을 과소 계상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검찰은 현재현 회장에게 15년형을 구형했다.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은 10년,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와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는 8년형이 구형됐다.
현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나는 실패한 회장이며 피해자와 동양 가족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동양 사태로 인해 개인 투자자가 입은 피해는 약 1조3000억원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