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횡령·동경지점 부당행위로 '철퇴
이건호 행장, 주의적 경고…"책임소재 부족"
KB국민은행이 국민주택채권 횡령과 동경지점 부당행위로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동경지점 부당대출 사건 당시 리스크관리본부장을 지냈던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는 '주의적 경고'라는 경징계가 그대로 유지됐다. 해외지점의 부정에 대해서는 리스크관리부서보다는 글로벌사업부의 책임이 크기에 처벌수준을 더 올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일본 지점들은 내달 4일부터 4개월 간 신규영업이 정지된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해외진출과 해외채권 발행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전망이다.
28일 금융감독원은 여의도 본원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국민은행 본점에 대해 실시한 부문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주택기금부 직원과 일부 영업점 직원이 공모해 위조채권 등을 이용한 횡령 및 금품수수 등 위법행위와 내부통제 부실이 적발됐다"며 "동경지점의 내부통제 및 경영실태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장기간 방치하는 등의 부당행위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발표내용에 따르면 국민은행 주택기금부 직원은 지난 2010년 3월부터 약 3년 8개월 간 국민주택채권 88억여원 어치를 횡령했다.
채권을 실물 없이 상환하거나 위조채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등의 수법이다.
그와 부정행위를 함께 한 직원들도 총 24억여원을 횡령했고, 이 과정에 협력한 직원들에게는 최대 1억2100만원씩의 대가성 금품이 지급됐다.
아울러 일본 동경지점에서는 부당대출이 조직적으로 취급되고 금품수수, 차명송금, 환치기 등의 비위행위가 반복적으로 일어났지만 관리자들이 이에 대한 점검 및 시정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당시 리스크관리 담당 부행장으로서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판단 하에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지만, 제재심의위원회 위원들이 '책임소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징계가 내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박세춘 부원장보는 "애초에 동경지점에 대한 이 행장의 책임이 상당하다고 보고 중징계로 상정했지만, 제재심의위원들이 해외지점에 대한 주책임은 글로벌사업부에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부정에 연루된 국민은행은 기관경고를 받았고, 관련 임직원 68명에게는 면직 및 정직, 감봉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또 일본 금융청의 발표에 따라 국민은행 일본 내 지점은 내달 4일부터 넉 달 간 신규영업이 정지되며, 업무개선계획 이행상황을 매분기 익월 15일까지 보고해야 한다.
한편, 이날 검사결과 발표에 따라 금융권의 시선은 주 전산기 교체사태와 관련된 최수현 금감원장의 최종처분결정에 모이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KB금융과 관련된 안건이 주 전산기, 채권횡령, 동경지점, 고객정보 유출의 네 가지인데, 전산기 교체 부분만 아직 서명이 되지 않은 것"이라며 "제재심도 이례적으로 6번이나 해서 내용을 정리해 분석 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