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증세 '입법전쟁', 국회 곳곳은 이미 '지뢰밭'

최근 정부가 개별소비세 부과 등을 통해 담뱃값을 내년부터 2000원 인상하고 주민세와 자동차세도 2~3년간 100% 이상 올리겠다는 세금 인상안을 연이어 발표, 23일 국회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세법개정안을 제출함에 따라 증세 논란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은 이번 정부안이 발표되자마자 즉각 '서민증세'라며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특히 기획재정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관련 법안 처리를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각오를 천명하기도 했다.

여당 역시 곳곳에서 부정적 기류를 내비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강석훈 정책위 부의장 등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증세논란에 대해 "왜곡된 세금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며 정부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지만, 지난 17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반대로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자리에서 친이계 이재오 의원은 "왜 증세가 아니라고 하느냐. 자동차세, 주민세 인상은 왜 동시에 올리느냐. 서민 주머니만 쥐어짜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힐난했고 원유철 의원 역시 정부안을 비판했다.

세월호 대치정국이 장기화되면서 5개월 째 법안처리 0건으로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촉박한 일정과 악화되는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하면 법안처리를 마냥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회가 정상화되면 이번 지방세 인상안과 더불어 지난달 지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까지, 본격적인 '입법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 담뱃값 인상폭, 얼마나 줄어들까 = 현재 국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겠다는 정부 원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야당 의원들은 담뱃값 인상자체를 반대하고 있으며 일부 여당 의원들마저 인상폭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1000원~1500원선으로 인상폭이 마무리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새어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야당과 여러 가지 협상결과에 따라 담뱃값 인상폭이 조절될 수 있다"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1000원+α 정도에서 조정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놨다.

같은 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담뱃값을 1000원씩 단계적으로 올리고 단, 최저가 담배에 대해선 가급적 올리지 않는 것이 서민 생활안정에 좋다"며 단계적 인상안과 '투 트랙'방식을 동시에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여당의원 11명 가운데 상당수가 담뱃값 인상안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담뱃값 인상에 반대의견을 내비치고 있으며, 찬성의 뜻을 밝힌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도 정부 인상폭에 대해선 대부분 1000∼1500원 선으로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골자로 한 정부안에 대해선 여·야 의견은 물론 여당 내부의 의견까지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부안 발표 직후 "지방재정이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만큼 10∼20년간 묶어온 세금을 인상한다는 원칙에 대해선 불가피성이 인정 된다"고 밝히며 정부 입장과 의견을 함께 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비주류계 의원들은 지난 17일 작심한 듯 "정부가 '증세는 절대 없다'고 하면서 담뱃세를 인상한 뒤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안을 동시에 발표하느냐"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당 내부의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의 이번 지방세 개편 예고는 한 마디로 서민들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협박통보에 지나지 않는다"며 '서민증세론'을 펼쳤고 정의당도 "담뱃값 인상에 이어 세수부족을 서민증세, 우회증세로 메우기 위한 정부의 꼼수가 거듭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사실상 증세' 담긴 세법개정안, 곳곳에 '암초' = 한편,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이미 가시밭길 위에 올라선 상태다. 당장 고쳐야 할 법률안이 16개이고 개정 사항만 200여 건에 달한다.

특히 올해 세법개정안의 핵심인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3대 패키지는 모두 새롭게 적용되는 것이어서 조세특례제한법(근로소득, 배당소득)과 법인세법(기업소득)내에 새로운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

하지만 야당은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기업에 세제를 지원하는 방식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대표적인 부자감세 정책이라 비판하고 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대해서는 법인세 감세를 우선적으로 철회한 뒤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정부의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가뜩이나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3대 패키지 법안의 국회 통과여부는 사실상 불투명하게 됐다.

아울러 정부가 증세의 개념으로 밝힌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사실상 증세 논란을 일으킨 세금우대종합저축 폐지안과 관련, 새정치민주연합은 제도를 2017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는 정책목적을 달성했다는 판단하에 폐지를 원하는 정부안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법안이라 국회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차 거래 부가가치세도 여야가 맞붙는 세목이다. 중고차 부가세는 전체 부가세수입의 80%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 여당은 중고차 부가세 의제매입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등의 세법 개정으로 2018년까지 2170억원에 달하는 부가세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한 후 납부세액을 계산하는 방식의 매입세액공제방식을 고수하는 반면, 야당은 매출액에서 매입액을 뺀 금액에 10%의 부가세를 매기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경제활성화 방안으로 정부여당은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소득세를 줄여주는 소득세법, 임차인의 월세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임대사업자 등록제 법안이 통과돼야 다른 부동산 관련법안에 동의할 수 있다며 팽팽히 맞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