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방울 달아야하는' 與, 공무원반발에 '의견 수렴' 강조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려던 공무원연금 개혁 정책토론회가 공무원들의 집단 반발로 무산되면서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라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기 때문.
하지만 정부에서는 "가급적 빨리" 개혁안 통과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여당으로서는 세월호 특별법에 이어 핵심 당면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앞서 한국연금학회가 주최한 지난 22일 공무원연금 개혁 토론회는 공무원들의 반발과 비난 속에 마무리되지 못하고 30분 만에 무산됐다. 공무원노조는 연금학회 안에 대해 "개악"이라며 자신들이 참여하는 '공적연금복원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 정부 "가급적 빨리" 강행 의지…내년 상반기까지가 '적기' = 그럼에도 정부는 '가급적 빨리' 개혁안을 통과시킬 태세다. 공무원연금 적자 규모가 매해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의 필요성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차기 총선이 2016년에 치러져 내년에 선거가 없는 만큼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를 개혁안 국회통과 '적기'로 보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준비하는 당 경제혁신특위 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은 앞서 기자와 만나 "내년 상반기에는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후반기로 가면 선거에 영향을 주는데 어느 의원이 나서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때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다음 달 안으로 개혁안이 나와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극렬저항에 당내에서도 '밀어붙이기'가 자칫 민심이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설사 내년 선거가 없더라도 공무원들과 '척'을 져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 공무원 저항에 부담 느끼는 의원들…토론회 주최도 '연금학회' = 사실 개혁안을 준비하는 특위 역시 이런 부담을 일찍이 느꼈다. 정책토론회 주최를 분과 위원이 아닌 연금학회로 내건 것을 두고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부담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16일 특위 산하 규제개혁분과 공청회는 특위 위원장인 이 의원과 분과 위원장인 김광림 의원, 강석훈 정책위 부의장 등이 주최자였으며 19일 열린 공기업개혁분과 공청회 역시 이 의원과 분과위원장인 이현재 의원과 이이재 의원 등이 주최자에 이름을 올렸다.
여당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은 공무원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편이 아닌데,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군 단위의 지역구들은 퇴직공무원이든 현역이든 공무원들이 사실상 지역유지"라며 "의원들로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나성린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전날(23일) 국회 기획재정위 간담회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향해 "담배세와 지방세 인상, 공무원연금 개혁 등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정부차원에서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에 선거가 없다고 하지만 내후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이완구 "공무원연금 개혁, 몰아붙여선 안 돼"…'강행'에 제동(?) = 이렇듯 당내 부담이 가중되면서 이완구 원내대표는 24일 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할 뜻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늦출 수 없는 과제지만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며 "국민과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정책의총을 열어서 국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창조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최고위 산하 기구인 당 경제혁신특위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했지만 '강행'에 따른 공무원들의 반발과 당내 이견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혁안 국회통과에 책임을 진 원내지도부가 의견 수렴을 통한 조율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