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공동으로 만들어낸 역작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쳐부숴야할 암덩어리’가 되고 있다.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단통법이 새로 이동통신단말기를 바꿔야할 소비자들에게는 물론 장래에 바꿀 계획을 가진 가입자들, 그리고 2G나 3G 통식방식의 휴대폰 이용자들에게는 최신의 스마트폰에 대한 접근을 막는 커다란 장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정한 단말기 유통과 가입자들에 대한 차별 없는 공평한 보조금 혜택을 강조하며 단통법을 제정하고 시행령을 통해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상한선을 뚜렷한 원칙이나 이론적 근거제시 없이 30만원으로 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30만원을 상한선으로 정한 것도 문제지만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야만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통신과소비를 막겠다면서 오히려 과중한 통신요금을 부담하도록 만든 것이다.
물론 이전처럼 같은 휴대폰을 같은 날 사더라도 시간과 통신사, 그리고 대리점에 따라 몇 십만 원씩 서로 차이가 나는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을 수는 있게 되었지만 모든 가입자가 더 많은 단말기 값과 더 높은 통신비를 부담하도록 만들었다.
지급되는 단말기 보조금은 통신사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SK텔레콤이 공지한 보조금을 보면 정부가 국민들에게 단통법으로 무슨 짓을 했는지 분명해진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LTE72요금제로 거의 공짜 또는 일부 돈을 돌려받기까지 했던 LG전자의 옵티머스G3 비트는 LTE10 요금제에 가입하고서도 24만4000원을 할부금으로 내야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거의 팔리지도 않는 넥서스5도 LTE10 요금제임에도 15만9800원을 부담하게 된다.
심지어 LTE72요금제에만 가입하면 50만원 이하에도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했던 갤럭시노트3는 LTE10 요금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이 13만3000원에 불과해 74만7000원을 할부금으로 물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되었다.
정부는 저가 요금제를 선택한 사용자들도 상응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서 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일부 잦은 스마트폰 교체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2년 약정이 기본이기 때문에 한번 사면 2년은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2년이 지나면 같은 통신방식의 기기를 구하려고 해도 제조하는 곳이 없어 새로운 통신방식의 최신 기기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는 1988년에 처음 도입된 제1세대 통신방식 AMPS는 8년 뒤인 1996년에야 2세대 CDMA로 전환되었으며 5년 뒤인 2001년에는 3G(세대) CDMA2000을 도입했다.
2007년에는 WCDMA를 확장한 3세대 진화형(3.5G))인 HSDPA가, 3.9G에 해당하는 LTE는 2011년7월, 4G라 할 수 있는 LTE-A는 지난해 6월, 그리고 이보다 빠른 광대역 LTE-A서비스는 올해 6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통신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고 그를 지원할 수 있는 단말기도 발맞춰 계속 새롭게 출시되고 있다.
2분기 말 현재 KT의 3G가입자는 244만3000명, SK텔레콤은 3G가 880만명, 2G가 380만명으로 3G이전 세대 가입자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5600만명의 27%에 해당하는 1504만3000명이나 된다.
이들은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기기가 고장 또는 분실할 경우 같은 통신방식을 지원하는 기기를 구입하고 싶어도 출시되는 기기가 없거나 아니면 너무 오래된 기계인 관계로 새 기계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단통법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이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목표로 삼았던 단말기 과소비자나 통신과소비자가 아니라 오히려 선량한 사용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12일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암덩어리라 생각하고 겉핥기식이 아닌 확확 들어내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규제혁파를 역설했다.
단통법은 기기 제조사나 이동통신사들에게는 과점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비용을 줄여 천문학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꿀단지 같은 법임에는 틀림없지만 통신소비자들에게는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제한하는 암덩어리 중의 암덩어리가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