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이 982조5000억원으로 넘어서면서 올해 안에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사의 판매신용까지 더한 가계신용은 이미 지난해 말 10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2분기 들어 주택거래 증가와 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확대 노력 등으로 증가 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가계부채 증가의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구입 이외에 생활자금 용도로 사용하는 대출자 비중이 높다는 점이 문제다.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 등 5개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사용목적을 살펴보면 올해 1~7월 신규취급액 51조8000억원 중 27조9000억원(53.8%)의 사용목적이 주택구매 이외의 용도였다.
이는 자가주택을 보유한 중산층이나 서민 계층이 생활자금이나 학자금, 사교육비,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 가계부채 우려 목소리가 팽배=지난 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결정이 현재 매우 위험한 수준인 가계부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 지 한 달 동안 중저소득층으로 빚이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고소득층의 증가분은 1조4000억원이고, 중소득층은 1조8000억원, 30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은 1조3000억원이 늘었는데 중저소득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8.8%에 달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도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의원은 "가계부채에 대해 외부에선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아직 괜찮다고 안일한 정책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인하는 차입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대출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도 "시스템적 차원에서 가계부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가계부채 2금융권 비중 8년 연속 증가=가계부채는 양적 증가와 함께 질적 악화도 심화되고 있다.
2007년 이후 가계대출에서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 반면 저축은행과 보험 등 2금융권의 대출 비중은 크게 증가한 것이다.
2007년 말 가계부채 총액 665조4000억원 중 은행권 대출이 363조7000억원으로 54.7%, 비은행권 대출은 198조1000억원으로 29.8%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전체 가계부채 1040조 중 은행권 대출 비율은 7.6%포인트가 줄어든 47.1%(489조6000억원)였지만 비은행권 대출은 33.3%(346조4000억원)로 3.5%포인트가 늘었다.
특히 은행권 대출 비중이 줄고 비은행권 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2007년 처음 나타난 이래 8년 연속 계속되고 있다.
이 기간 은행권 대출이 34.6% 증가하는 동안 비은행 대출은 74.9%나 늘었다.
이 때문에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금융권은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기 때문에 가계부채 총량이 같아도 2금융권 대출 비중이 높으면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현재 가계부채는 양도 문제지만 질적 악화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 금융사 31곳 고객 돈으로 임직원 초저금리 특혜 대출=교보생명과 SC은행 등 금융사 31곳이 소속 임직원에 대해 초저금리의 대출 특혜를 주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반 대출 고객에 대한 금리 인하는 인색하면서 자사 임직원에게는 상식 밖의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0%의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곳은 교보생명과 알리안츠생명, 악사손해보험, 에이스아메리카화재해상보험 등 4곳이고, 1% 금리로 대출하고 있는 곳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알리안츠생명, 삼성화재 등 11곳이다.
라이나생명은 1.5% 금리로 임직원들에게 대출을 진행했고, 롯데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 흥국생명, 현대라이프 등 15곳은 2% 대출금리를 적용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고객에 대해서는 3% 이상의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지만 고객의 돈으로 소속 임직원들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합리적 이유 없이 특혜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