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16일 오전 서울 금융감독원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KB사태' 엇갈린 징계수위에 의원 질타 쏟아져
최수현 금감원장 "책임은 통감…사퇴는 안해"
자살보험금 미지급 지적에 ING생명 "법적 판단으로 처리"
금융위원회에 이어 금융감독원의 국정감사에서도 한국 금융산업 위상의 추락은 금융당국이 자초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KB사태와 관련해서는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정책과 금감원장과 수석부원장의 오락가락한 징계수위로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질책이 이어졌다.
또 생명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사채업체 수준의 저축은행 고금리, KT ENS의 사기대출 등이 국감장을 뜨겁게 달궜다.
□ KB 청문회 방불케 하는 국감장= 금감원 국정감사인지 KB사태 청문회인지를 모를 정도로 KB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책임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특히 의원들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제재가 사전통보 당시 중징계였지만 제재심에서 경징계로 낮아진 것에 대해 최종구 수석부원장을 불러 책임 추궁을 했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KB사태는 KB금융의 부실화와 금융당국의 불신, 한국 금융산업의 국제적 위상 추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는 정권의 전리품이 된 금융권 CEO의 낙하산과 금융당국의 일관성이 없는 태도, 이사회의 무책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최수현 금감원장과 최종구 수석부원장의 징계수위에 대한 엇박자가 사태를 더욱 증폭시켰다"며 "금감원장은 책임을 통감하는냐"며 질책했다.
이에 최수현 금감원장은 "매끄럽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며 "KB사태는 나름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감독원장으로서 양심의 가책 없이 처리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지 않고는 제재심과 원장이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학용 같은 당 의원은 최종구 수석부원장을 향해 "제재심은 감독원장을 자문하는 기구이고 수석부원장은 제재심의 위원장인데 엇박자를 낸 것에 대해 책임이 없냐"며 "독불장군인가"라고 질타하자 최 수석부원장은 "검사국에서 올라온 안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이라며 "독단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신 의원은 "엇박자가 나게 만들어 금융당국의 신뢰를 떨어뜨렸으면서 사과 한마디 없다"고 비난했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들이 KB사태에 대한 징계수위가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결과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부회의를 한 것으로 아는데 수석부원장은 참석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감원에서 수개월에 걸쳐 조사해 중징계를 내린 것인데 수석부원장이 이를 뒤집고 원장이 이를 다시 뒤집는 게 정상적이냐"고 따졌다.
최 수석부원장은 이에 대해 "제재심에서 위원장은 역할은 위원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징계수위 결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야의 질책이 쇄도했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최수현 원장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국감에서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신제윤 위원장은 KB사태와 관련해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는데 책임을 통감한다는 감독원장은 물러날 생각이 있나"라고 질의하자 최 원장은 "물러날 생각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책임질 만한 일이 아니라고 이해하면 되나"라고 되묻자 최수현 원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감독원장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사퇴촉구를 거절했다.
□ 자살보험금 미지급 ING생명 질타=재해사망특약에서 정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배짱을 부리고 있는 생보사와 관리 감독에 소홀한 금감원에도 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0년 1월 29일 이전 표준약관을 보면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재해보장특약에서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는데 보험사들이 지급을 못하겟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의했다.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은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인데 미지급 보험금이 2817억원이나 될 때까지 금감원에서 모르고 있었냐"며 최수현 원장을 몰아세웠다.
최 원장은 "생보사들이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며 "특별검사를 통해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감원과 소비자원도 지급결정을 내렸는데 ING생명이 소송을 통해 자살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이기주의적인 자본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기흥 ING생명 부사장은 "사회통념상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없다"며 "법적인 판단을 받아 처리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자살보험금 지급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기식 의원은 이 부사장의 답변이 미흡하다며 종합국감 때 정문국 ING생명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방침을 밝혔다.
□ “저축은행이 사채업체”=러시앤캐시와 웰컴론 등 대부업체가 인수한 저축은행들의 고금리 대출이 논란이 됐다.
이날 국감장에서 의원들은 저축은행들이 서민들을 상대로 고금리 장사를 해오고 있다며 대부업체에 저축은행 인수 길을 터 준 금감원에 책임을 물었다.
김기준 의원은 "저축은행이 금융기관이냐 사채업자냐"고 질의했다.
김 의원은 이어 "금융당국은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을 터준 대신 대부업 비중을 줄이고 저축은행을 주업으로 하도록 지도하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저축은행이 대부업으로 가고 있다"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저축은행을 대부업체가 인수해 사채업체처럼 운영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최수현 원장은 "문제가 되고 있는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을 불러 엄하게 조치했다"며 "분기별로 검사해 이런 일이 없도록 행정지도 하겠다"고 답변했다.
